▲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9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4월11일부터 6월4일까지 '프로젝트 서울, 서울형 공공건축의 탄생'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4월 따뜻한 봄날, 서울 종로구 도심에서 조금 특별한 도시건축 전시회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16일 지하철 1호선 시청역 3번 출구에서 3분 거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프로젝트 서울, 서울형 공공건축의 탄생’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공공건축은 공공기관이 건축하거나 조성하는 건축물 또는 공간환경을 말한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져 공공이 소유, 관리하는 건축물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박물관, 도서관, 체육문화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 서울 중구 세종대로 119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전시관이라는 이름답게 나지막한 지하 1층과 지하 3층 갤러리 공간을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렇게 보면 공공건축 전시회는 재미없고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동네, 친구네 동네, 회사 근처 등을 오가며 지나쳤던 서울 도심 곳곳 건축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생각보다 흥미롭다.
이번 공공건축의 탄생 전시는 서울시 설계공모 선정작들을 중심으로 최근에 건립된 공공건축물과 앞으로 조성 예정인 서울의 미래 공공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나무 합판으로 분리한 칸칸마다 박물관, 미술관, 여성가족복합시설, 치매노인 등을 위한 실버케어센터 등 다양한 공공건축물의 이야기가 들어차있다.
전시의 주제가 서울시의 공공건축 설계공모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보니 각 장소에 왜 이런 건축물을 지으려고 했는지 공모 목적부터 심사, 당선작 선정까지 과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 서울 종로구 안국동 옛 안동별궁 터, 풍문여고를 리모델링한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모습. 학교건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 예로 이번 전시에 소개된 서울공예박물관은 그 부지가 조선 초기 왕실 관련 건물이 있어왔던 터인 만큼 한국의 전통적 공예문화와 작품을 수집, 전시하는 공예박물관으로 조성했다.
공간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지키면서 현대 서울 시민들이 전시, 체험, 교육,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로 재창조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은 전시회 장소인 도시건축전시관 맞은편에서 종로구 초록색 마을버스를 타면 두 정거장 만에 가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경복궁 나들이에 나선 한복 차림의 사람들이 많은 안국동 거리를 5분 정도 걷다 보면 제일 먼저 사방에 담장과 같은 경계가 하나도 없이 넓게 펼쳐진 서울공예박물관 바깥마당이 눈에 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건물도 전시 1동~3동, 안내동, 관리동, 어린이박물관, 공예별당 등 7개로 전체 규모가 꽤 크다.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프로젝트 서울, 서울형 공공건축의 탄생' 전시회장에는 서울공예박물관을 포함 7개의 서울 공공건축물과 4개의 미래 공공건축물이 소개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서울공예박물관 부지는 옛날 세종대왕의 아들 영응대군의 집이 있었고 순종의 가례를 위한 별궁이 있던 곳이다. 1910년 뒤에는 궁중 나인들의 거처로 사용되다 1945년 풍문여고가 들어섰다.
경북궁이 보이는 터, 흥미로운 역사를 지닌 이 곳은 2017년 서울시가 부지를 매입해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서울공예박물관 건물을 보면 설계공모 당선작이 기존 풍문여고 건물의 흔적을 살려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본관으로 볼 수 있는 전시 1동은 가로로 길고 교실마다 창이 난 학교건물의 특성을 그대로 품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2016년 일반공모를 진행해 행림건축사사무소와 건축가 송하엽, 천장환이 함께 참여한 팀이 당선됐고 2017년 1년의 설계기간을 거쳐 2020년 12월 준공됐다.
그 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관이 미뤄지다 2021년 7월 문을 열고 시민에 개방됐다.
서울공예박물관은 2021년 코로나19 시국에도 개관하고 한 달 만에 관람객 1만2400여 명이 다녀갔다. 지금도 어린이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체험활동 등은 경쟁률이 높아 예약이 쉽지 않다는 후기가 심심찮게 보인다.
서울공예박물관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상설전시부터 시민을 위한 공예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예도서실, 카페 등도 운영한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 근린공원 내 군사시설로 이용됐던 지하벙커를 개조한 대방청소년문화의집 외관(왼쪽)과 내부 모습. <서울도시건축전시관> |
서울 동작구의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인 대방청소년문화의집은 군사시설인 지하벙커를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실제 적의 사격이나 관측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구덩이인 벙커시설을 개조한 만큼 공간 입구부터 비밀기지의 느낌이 흠뻑 묻어난다.
전시 설명자료에 따르면 대방동 지하벙커는 가로 45m, 세로 12m, 높이 10m의 거대한 공간으로 노량진 근린공원 경사지 안에 묻혀있던 ‘잊혀진 공간’이었다.
한때는 주류업자가 와인 저장고로 쓰기도 했고 한동안은 공원의 자재창고로 방치됐다.
하지만 2019년 지역사회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공공건축 설계공모에 들어가 2022년 준공됐다.
대방동 지하벙커는 현재 혼합현실(MR) 구기스포츠, 증강현실(AR)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부터 메타버스·코딩 교육 프로그램 운영까지 청소년들이 놀고 배울 수 있는 장소로 역할을 하고 있다. 쉼터, 숲속음악당, 외부강당 등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
도심 공원에 숨어있는 지하벙커라니 대방동 주민이나 청소년이 아니라도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 서울 종암 사거리 고가도로 아래공간을 지역주민을 위한 운동, 문화시설로 설계한 모습. <서울도시건축전시관> |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이밖에도 종암 사거리의 고가도로 아래공간을 빈티지한 멋을 지닌 목구조와 철골구조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운동시설과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사례, 마포구 백범로에 자리잡은 그룹홈 돌봄시스템을 갖춘 치매·중풍 어르신을 위한 공공요양시설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서울의 공공건축물들을 둘러보고 나면 서울의 미래 공공건축물 전시공간에서 서서울미술관, 청계하수역사체험관, 시립만다비체육센터 증축 계획안 등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는 공공건축 전시회 외에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1회부터 40회까지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을 모아 둔 갤러리나 도시와 건축 관련 책들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 서울도시건축도서관 도서관 모습. 도시와 건축 등 여러 분야 책들이 비치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 쪽에는 남산타워, 서울역, 서울시청,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의 대표적 건축물들을 직접 꾸며 완성하고 스캔해 앞쪽 스크린에 ‘나만의 도시’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있었다.
남아있는 스케치용지로 미뤄볼 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역시 남산타워였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프로젝트 서울, 서울형 공공건축의 탄생' 전시는 4월11일부터 6월4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공공건축물들은 서울시 설계공모 플랫폼 '프로젝트 서울' 웹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