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가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캐피탈의 영업활동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조 대표는 우리은행 행장 선임 프로그램에 5월 말까지 참여해야 한다.
▲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가 우리은행장 후보가 돼 5월 말까지 경영에 집중하기 어렵게 됐다. |
우리금융캐피탈은 최근 치솟던 성장세가 위축되는 일을 겪었는데 조 대표는 경영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2022년 기준 순영업수익 4670억 원, 순이익 1830억 원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순영업수익은 12.8%, 순이익은 30.4% 증가했다.
수익이 증가하며 훌륭한 결과를 낸 것이지만 2021년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금융키패탈은 2021년 기준 순영업수익 4120억 원, 순이익 1410억 원을 냈다. 2020년보다 순영업수익은 15.3%, 순이익은 138.3% 급증했었다. 순이익 증가 폭이 100%포인트 줄어든 셈이다.
다만 이익 증가폭 축소가 우리금융캐피탈의 잘못은 아니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지자 미국이 지속해서 금리를 올린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자동차할부금융과 기업금융을 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아 실적을 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도 금리가 오르며 조달비용이 증가한 것이 우리금융캐피탈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여겨진다.
2022년 초 2~3%대를 이루던 자동차 할부 금리가 2022년 말에는 6~8%가 됐고 2023년에는 11%를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점차 심화하던 조달비용 압박이 조만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2일(현지시각)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은행업계의 위기로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회의 참석자 가운데 일부는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확인되기 전까지 금리 인상 정책을 멈추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면 우리금융캐피탈 실적 상승을 가로막던 가장 큰 원인인 조달비용 압박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조달비용 압박 해소에도 우리금융캐피탈이 실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본다.
박 대표가 우리은행 행장 후보로 올라가며 5월 말까지 선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사임한 이원덕 전 행장의 자리를 채워 2023년부터 우리은행을 이끌 행장을 뽑고 있다.
현재 행장 후보로 조 대표,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이사 등 4명을 뽑았다.
우리은행은 향후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을 진행해 5월 말에야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달리 말하자면 5월 말까지 조 대표는 행장 선임 절차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금융캐피탈이 조달비용 부담을 떨쳐내 실적에서 치고 올라갈 시점과 묘하게 겹치게 됐다.
우리금융캐피탈은 국내 금융지주 캐피탈 가운데 3위인 KB캐피탈과 경쟁하고 있다.
KB캐피탈은 2022년 220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우리금융캐피탈과 약 400억 원의 차이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자동차할부금융에서 우리WON카를 통한 영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KB캐피탈과 좋은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WON카는 우리금융캐피탈을 중심으로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이 모두 모여 금융상품을 통합 제공하는 디지털 자동차금융 플랫폼을 말한다.
우리금융캐피탈이 사업에 활기를 띨 시점이 다가오는 이때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조 대표가 영향을 받는 것은 안 좋은 영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