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알뜰폰 LTE 데이터 무제한 월요금 0원, 선착순 2천 명’.
한 알뜰폰 업체가 4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신규/번호이동 고객을 위한 요금할인 이벤트다.
▲ 금융권의 알뜰폰시장 진입을 앞두고 알뜰폰업체들의 '공짜 요금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 업체들이 고사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 |
데이터 무제한(15GB 소진시 3Mbps 속도 무제한)에 통화 100분, 문자 100개를 제공하는 2만7500원짜리 요금제를 7개월 동안 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유심도 무료로 제공된다.
13일 알뜰폰 비교 사이트 ‘모요(모두의요금제)’를 살펴보면 ‘0원 알뜰폰 요금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SK텔레콤 망을 쓰는 알뜰폰업체 모빙도 ‘월 15GB+3Mbps, 통화 100분, 문자 100개’를 7개월 동안 무료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벤트 기간이 끝난 뒤에는 3만2300원의 정상요금을 내야한다.
12개월 동안 0원 요금제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이지모바일은 4월 초 ‘데이터 10GB+3Mbps, 통화 100분, 문자 100개’가 제공되는 1만9800원짜리 요금제를 출시하며 1년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판매 시작 뒤 신청자들이 몰려 현재는 판매가 마감됐다.
2천 원대 초저가 요금제도 등장했다.
알뜰폰 업체 프리티는 8개월 무료 기간 뒤에도 월 2200원만 지불하면 되는 초저가 요금제(월 1GB, 통화 150분, 문자 50개) 상품을 판매한다.
알뜰폰업계의 가격 인하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고객들의 알뜰폰 선호도는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2019년 774만 명이었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2022년 1263만 명을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1300만 명을 넘어서며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6.9%까지 올라왔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알뜰폰으로의 이동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7~12개월 동안 무료 이벤트를 제공한다는 점을 활용해 이벤트 기간이 끝날 때마다 다른 요금제로 갈아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알뜰폰 이용자는 “지난 1년 동안 1만 원대 할인 이벤트를 받다가 더 저렴한 알뜰폰 서비스가 있어 번호이동을 했다”며 “알뜰폰도 이동통신3사 망을 사용하고 있어 통화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어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계속 알뜰폰 이벤트를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금융사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 업체들의 가격경쟁은 더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은 12일 은행의 부수업무로 금융위원회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중소 알뜰폰 사업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통신3사와의 경쟁 구도에서 금융권이 진출한다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알뜰폰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게다가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 통신사들도 기존 요금제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최근 ‘중간요금제’ 등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였지만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 효과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알뜰폰업계의 요금제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돼 자칫하면 중소 알뜰폰업체들이 퇴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0원 요금제를 잇달아 내놓는 곳들이 대부분 중소 알뜰폰 업체들인데 이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이른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국내 알뜰폰 업체는 약 70여 개로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 5곳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기업이다. 반면 알뜰폰 시장은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이 시장점유율 5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12일 성명문을 통해 “KB리브엠은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메기가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베스”라며 “영세 알뜰폰 사업자뿐 아니라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박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