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4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UPI > |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문서조작 등 34건의 혐의와 관련해 역대 대통령 최초로 형사기소 대상에 올랐다.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재판 결과가 최대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심각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이 그의 재선에 강력히 힘을 싣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맨해튼 검찰청의 형사기소와 관련해 열리는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했다.
맨해튼 검찰청은 모두 34건의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형사기소가 결정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되어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불리한 내용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 여러 인물에 금전을 제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과 지인의 기업 문서를 조작해 이를 법률 자문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뉴욕주 법에 의거해 다른 범죄를 감추려는 의도로 문서를 위조한 것은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모든 혐의에 무죄를 주장했다. 절차를 마친 뒤에는 법원 앞에 모인 지지자를 향해 간단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자택으로 복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형사기소가 전례 없는 심각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극단적 진보주의자들이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법을 이용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투표를 통해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며 이런 일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대선 캠페인 문구도 언급했다.
검찰의 형사기소는 2024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차기 대선에서 자신을 불리한 처지에 놓이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뒤 활발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맨해튼 검찰청의 형사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 또는 실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두고서는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도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다른 범죄를 감추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야만 문서 조작 혐의가 중범죄로 분류될 수 있는데 아직 이와 관련한 내용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34건의 혐의가 모두 경범죄에 그친다면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4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도착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 AP > |
BBC는 재판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형을 받아 수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다음 공판은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당분간 그의 범죄혐의 및 재판 진행 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크게 진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이른 시일에 그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한 수사 및 기밀문서 반출과 관련한 수사도 마무리하고 기소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법적 리스크가 대선에 갈수록 큰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고 있는 여러 법률적 리스크가 오히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그의 승리를 돕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검찰의 이러한 기소가 정치적 탄압에 해당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 지지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면서 오히려 골수 지지층을 더욱 끌어모으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맨해튼 검찰의 기소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일 평균 이용자 수가 평소의 2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플랫폼 이용자는 대부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에 해당하는 만큼 이들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한 맨해튼 법원 앞에서도 그를 비판하는 시민 및 단체와 지지자들의 시위가 모두 이뤄지며 대규모 지지 세력이 결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당한 정치적 탄압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면 검찰의 기소는 오히려 그를 보수 진영의 ‘영웅’으로 만들어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된 데 이어 실형을 받아 수감된다고 해도 대선 출마에는 제약을 받지 않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