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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위협받는 달러 패권, 새로운 통화질서 앞당겨지나

조광태 jktclc@gmail.com 2023-04-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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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사 줌인] 위협받는 달러 패권, 새로운 통화질서 앞당겨지나
▲ 미국 달러의 위상이 전 세계 곳곳에서 도전을 받으며 다양한 기축통화 등장이라는 새로운 세계 통화질서가 앞당겨질 수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16년 이래 중동지역 최대의 앙숙이던 이란과 이라크가 지난달 10일 화해했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SVB의 은행업 허가를 취소했다. 정치적 사건과 경제적 사건, 이들 두 사건 사이의 관련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고금리 강달러 정책은 물론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주된 목적이었다. 목적의 순수성까지 의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을까?

미국으로서는 너무 일찍 터져버린 SVB 파산이 아쉬웠을 것이다. 조금만 더 견뎠더라면, 나라 밖 어디에선가 금융위기가 먼저 터졌더라면, 자국 인플레이션의 진정은 물론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를 재확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지 않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지만 어떤 면에서 SVB의 투자는 모범적이었다.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급작스런 금리인상과 더 급작스런 뱅크런이 아니었더라면 SVB는 모범적인 성공을 이룬 은행이 됐을런지도 모른다.

사실 SVB가 파산한 것은 국채에 투자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채권이 주로 10년 만기의 장기(Long-Term)물이었데 더 큰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기 시작한 것은 ‘10년 만기’가 아니라 ‘미국 국채’ 쪽이다.

바이든 정부가 ‘예금 전액보호’라는 전례 없는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사태의 신속한 진화에 나선 것은 단지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금융위기, 인플레이션, 이 모든 것보다도 미국이 더 중요시하는 것, 바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미국으로서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지켜야만 하는 절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하필 미국 국채에 집중 투자했던 SVB의 파산으로 금리인상 의도의 절반은 방향을 반대로 틀어버렸다. 달러화의 가치를 세계 경제주체에 각인시키고 싶었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미국 국채가 이제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에도 금이 가고 있다.

사실 SVB 파산이 아니더라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는 조금씩 흔들려 왔다. 최근 그 속도는 심상치 않게 빨라지고 있다.

지난 1월 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 대통령은 가칭 ‘수르’라고 불리는 공동통화 창출계획을 확인했는데 이는 남미 공동통화 창출을 위한 준비단계다. 남미국끼리의 거래에 굳이 달러를 개입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같은 달 러시아와 이란은 금 가치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 코인의 개발 논의를 시작했다. 두 대표적 반미국가들이 불태환 화폐인 달러의 약점을 콕 집어 미국의 심사를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친미국가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달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과 인도 두 나라 중앙은행은 양국간 거래시 인도의 디지털 화폐 이용을 촉진키로 하는 협약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양국은 석유를 제외한 양국간 결제통화로서 루피화 사용을 추진한 바 있다.

인도중앙은행(Reserve Bank of India)이 아예 지난 해 자국의 11개 인도은행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달러 사용이 어려운 러시아와 스리랑카, 모리셔스등 달러 부족 국가들에 대해 루피화 결제업무를 허용함으로써 자국통화 위상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국지적이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볼 만한 것은 없다.

하지만 달러패권의 종말을 예고하는 견해를 뒷받침할만한 사례들도 속출하고 있다. 몇몇 국가들의 움직임이 매우 노골화되고 있고 그 선두에는 중국이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래 중국은 치밀한 준비를 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10년 후인 2018년 3월 26일 상하이 선물거래소는 위안화표시 원유거래를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같은 해 7월 6일부터 시작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2년 후인 2020년 영국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원유 300만 배럴을 수입하면서 위안화결제를 함으로써 기축통화로서의 위안화 자리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에서 제외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위안화 결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간 거래에 페트로달러는 이미 깨진 상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권 국가들의 움직임이다.

시진핑 방문시 사우디가 보여준 극도의 환대는 여러 가지로 해석되기 십상이지만, 아직까지 원유대금 위안화결제에 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다. 그만큼 사우디로서도 신중한 사인이랄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우디 원유수출의 25%를 받아주고 있는 중국의 요구 수위는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사우디에서 미국의 미사일 철수, 사우디의 핵 발전소 건설요구에 대한 미국측의 무반응, 셰이크 님르 바르크 알님르 사우디 반체제 인사 처형을 둘러싼 양국간 갈등 등으로 미국과 사우디 양국간 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은 상태다.

이란과 이라크의 화해는 중국이 중재했다. 중동 지역 전체를 껴안으면서 페트로 위안화를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집요한 외교적 노력이다. 양국의 화해와 SVB 파산 사이에 달러패권의 동요라는 연결고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인구의 41%를 차지하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가 참여국들을 확대해가면서 자기들만의 국제결제망 구축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몇몇 중동 국가들이 가입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보유 외환 다각화도 두드러지고 있는 상태다. 2021년 말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 중 달러보유율은 60%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25년 만의 최저치라는 분석도 있다. 엔화와 위안화, 유로화 등과 같은 유력한 대체 결제수단 통화뿐 아니라, 한국의 원화, 스웨덴의 크로나 등 제3통화 비중이 다양하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세계 각국의 금 보유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지난 해 9월말 현재 세계 중앙은행의 전체 금 보유량은 3만6746톤으로 1974년 이후 48년만에 최대치다. 미국이 약 8100톤으로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확실히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달러 대신 금을 선호하고 있다.

중국은 중앙은행의 직접보유보다는 금의 해외유출 억제 쪽으로 국가적인 보유량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금 수출을 차단하면서, 선물시장에서의 시세는 미국의 그것보다는 조금씩 높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고금리 정책이 미국의 국채시장에 주게 될 부정적 영향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꾸준히 내다팔면서 지난 1월말 기준 보유량은 8594달러로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 사이에 금리차가 커지면서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 가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랄 수 있다.

물론 흔들리는 달러패권의 기조를 미국이 두고만 볼리는 없다.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은 자명하다. 리비아, 이란, 베네수엘라, 중국 등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아온 국가들의 공통점이 탈 페트로달러 시도와 얽혀있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 사실이다. 사우디 역시 함부로 처신할 수 없는 이유다.

세계경제의 혼란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의 가치를 올려놓는다. 몇몇 국가들의 경제적 희생이 동반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중동의 정치적 혼란이 달러패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달러 패권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또다른 전략은 차세대 반도체 지배다. 차세대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주도적으로 생산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에 대해 자국내 생산시설 이전을 유인하면서 사실상 기술정보 이전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이를 달러패권의 문제와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 달러에 이어 세미코노 달러(Semi-Cono Dollar)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수도 있다.

달러의 위상하락은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물론 급격한 변화는 지금으로서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결제통화의 다양화 내지는 또다른 기축통화의 출현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위안화의 공세도 완전히 막아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 자신이 자초한 바가 크다.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에 이웃 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다. 빠른 금리인상과 강달러 정책도 그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를 SWIFT(국제은행통신협회)에서 제외시킨 것도, 결과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화폐 다각화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달러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된 결과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화폐 자체에 대한 인간 본연의 불안함이 주된 요인이다. 가치가 없는 것에 대한 인위적 가치의 부여, 여기에 내재된 불안함이다.

1971년 미국 닉슨대통령이 달러 불태환 방침을 발표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인류에게 통화가 만들어진 이래 내재적 가치 없는 화폐를 전 세계적으로 경험했던 첫 50여 년인 셈이다. 다양한 다른 시도들이 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암호화폐도 알고 보면 그 중 한가지다.

달러화는 불태환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채 지위를 누려왔다. 그 50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빠른 경제성장을 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라는 한 나라가 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정치적, 경제적 지형의 뒤틀림이 있었다.

다양한 기축통화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통화질서가 실험대에 서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그 실험이 언제 이루어지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분명하지 않지만 요즘 세계경제 흐름을 보면 그 가능성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음을 감지할 수 있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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