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4-04 11: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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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산유국 모임(OPEC+)이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추가 감산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OPEC+의 결정이 세계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산유국 모임(OPEC+)가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감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서는 유가가 이르면 6월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네소타에 위치한 에너지기업 커민스의 발전시설을 현지시각 3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OPEC+의 ‘깜짝’ 감산 발표와 관련한 질문에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급등을 불러올 수 있는 OPEC+의 감산 결정에도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이런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악화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OPEC+의) 감산 결정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이 결정을 미리 통지 받았고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를 낮추기 위해 생산 및 소비주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한 결정 때 보였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OPEC+의 결정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은 ‘근시안적 결정’, ‘대가가 있을 것이다’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OPEC+의 대규모 감산 결정이 나온 것에 불편함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은 향후 유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 은행 UBS는 OPEC+의 추가 감산을 계기로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6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OPEC+의 추가 감산이 1년 동안 지속된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최대 25달러 더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올해 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상향했고 내년 말 전망치를 100달러로 예측했다.
이에 소비자 물가 상승, 세계 경제 성장 저해에 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3일 옐런 장관은 OPEC+의 결정을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시기에 나온 비건설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옐런 장관은 “아직 (OPEC+의 결정이)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결정은 세계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불확실성과 부담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날 성명을 통해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세계 경제 전망에 관한 우려가 커지는 시기에 OPEC+의 결정이 나왔다”며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역시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3월 말 블룸버그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미국 경제가 올해 1%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2022년 성장률 2.1%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또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향후 12개월 동안의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65%에 이른다고 관측했다.
3일 런던선물거래소의 2023년 6월물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6.31%(5.04달러) 급등한 배럴당 84.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유가와 상관관계가 깊은 탄소배출권 가격 역시 전날 함께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날 런던선물거래소에서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직전 거래일보다 4.63%(4.25유로) 상승한 톤당 96.00유로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의 대체재인 석탄의 사용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져 탄소배출권 가격도 함께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