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를 최종 결정하면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을 첫 손가락으로 꼽아 앞으로 소비자와 밀접한 업종에서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기준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이런 결정에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나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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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
공정위는 18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할 경우 유료방송과 이동통신상품의 가격이 높아지는 등 소비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두 회사의 결합을 불허했다.
공정위는 심사에서 두 회사가 결합했을 때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사업자가 생길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인수합병을 불허 결정과 관련해 “독점적 구조가 구축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방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동통신과 유료방송사업은 소비자가 상품가격의 변화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업종이다.
올해 3월 말을 기준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수는 59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으로 케이블방송과 인터넷방송(IPTV), 위성방송 등을 포함한 유료방송 가입자는 3100만 명을 돌파했다.
공정위는 불허 결정은 그동안의 심사사례를 놓고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데 그만큼 앞으로 인수합병 심사에서 소비자의 피해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지난 30년 동안 진행한 기업결합심사에서 단 6건에 대해서만 불허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업계에서 인수합병 심사는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동통신이나 유료방송 사업자들끼리 결합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권역별 점유율을 토대로 경쟁 제한 가능성을 판단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할 경우 유료방송시장에서 전국 기준 점유율은 26.3%를 차지해 KT에 이어 2위에 오른다. 독점적인 사업자로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전국 23개 권역 가운데 21곳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대부분 케이블방송사업자는 지역 독점 구조를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전국 점유율은 낮아도 특정 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앞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케이블방송 사업자가 껴 있는 경우 공정위가 이번에 내세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케이블방송협회는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인수합병을 통한 자구노력을 막아 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케이블방송협회는 이른 시일 안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동통신업계도 인수합병이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과 알뜰폰 계열사의 점유율은 46.2%고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은 1.5%다. SK텔레콤의 점유율에 비해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인데도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불고 있는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