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임동근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16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노동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학점으로 따지면 F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불능’이라는 표현을 썼다.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2층 국제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차, 금융정책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이 열렸다. 전 교수와 김 대표는 토론자로 참석해 각자의 생각을 발표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임동근 사무금융노조 사무처장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았다.
토론장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들과 은행과 보험사의 노조원들, 기자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공기는 곧 뜨거워졌다.
최근 정부가 은행권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발언도 있었던 때문인지 토론자들은 앞의 발언처럼 거친 표현도 주저하지 않았다.
토론자들은 대체로 윤석열 정부가 금융 부문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전성인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민생안정 관련 금융정책을 예로 들며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는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의 부실위험 대출이 우려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대책으로 ‘은행권 자체 서민지원 확대 유도’를 제시했다”며 “은행에 알아서 하라는 얘기인데 이게 정책인가”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례가 거론됐던 점도 전 교수는 콕 집어 지적했다.
전 교수는 “특화은행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은행이 최고’라고 써 놨었는데 사실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일주일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것으로 이것은 학점으로 말하면 FF(더블에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금융정책의 방향은 ‘총체적 난국’이다”며 “이 정부는 금융정책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 실무작업반(TF)’ 제1차 회의에서 특화은행 도입 등의 방안을 검토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은 10일 파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금융지주나 기업은행 등에서 있었던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 등 논란 얘기를 꺼냈다.
그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 등을 문제 삼은 데에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데에는 의문을 제기하며 “진단은 맞는데 해법도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동근 사무금융노조 사무처장은 정부가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라는 과제를 인지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정책은 내놓지 않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토론자들의 발표가 끝난 뒤 이상훈 소장은 “트럼프나 히틀러의 통치전략이기도 한데 윤석열 정부도 지적할 때는 자극적으로 크게 하지만 대책은 없든지 부족하든지 이런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정책뿐 아니라 현재 금융당국의 전반적 분위기도 높은 비중으로 다뤄졌다. 특히 토론자들은 금융정책 설정과 시행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존재감과 역할이 더 큰 것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정책을 해야 할 김주현은 뒤로 쏙 숨어 있고 감독을 해야 할 이복현 원장이 나서서 정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금융위원장은 그냥 있고 금감원장이 나서서 은행들 팔을 비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 등과 관련해서는 토론자들의 평가가 달랐다.
김 대표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은행권의 금리 인하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마진율 공개 등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출금리 책정 등과 관련해 은행도 수십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왔고 계속 개선되고 있다”며 “마진율 공개가 금융소비자의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