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양지을 티빙 대표이사가 '동맹군'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지난해까지 줄곧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업성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적지 않은데 양 대표는 적자 탈출을 위해서는 우선 가입자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보고 티빙 멤버십과 다른 업종 서비스의 연동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 양지을 티빙 대표이사가 동맹군을 모으고 있다. 티빙의 지속된 적자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이탈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티빙은 다른 업종 서비스와 티빙 멤버십을 연동하는 형태의 제휴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
16일 티빙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IPTV 서비스 'U+tv'에서 티빙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개편했다.
티빙은 이달 들어 IPTV 서비스와의 제휴를 본격화했다. 앞서 6일에는 티빙의 멤버십과 KT IPTV 서비스 '지니tv'가 연동된 서비스가 시작됐다.
IPTV 서비스뿐만 아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티빙의 멤버십과 연동한 휴대전화 결합 요금제를 이미 지난해 출시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의 결합상품으로 티빙이 신규 고객 유입과 기존 고객 이탈방지 효과를 봤을 것으로 바라본다.
티빙의 멤버십은 주로 월간 단위로 가입과 이탈이 발생하고 있는데 년 단위 약정이 걸려 있는 통신사의 서비스에 묶인다면 자연스럽게 멤버십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발간한 CJENM 종목 보고서에서 "티빙은 통신사 결합 요금제로 올해 가입자 500만 명을 달성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티빙이 KT 및 LG유플러스와 연합전선을 펼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신업계의 대리전 양상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계는 SKT와 지상파 방송사 3사가 합작한 '웨이브' 대 KT·LG유플러스가 CJENM과 동맹을 맺고 밀어주고 있는 '티빙'이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 있다.
넷플릭스가 여유로운 격차로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를 달리는 가운데 티빙과 웨이브는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특히 KT는 지난해 3월 티빙의 모회사인 CJENM로부터 1천억 원 대의 지분투자를 받으면서 콘텐츠사업에서의 전방위적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티빙이 손을 잡은 곳은 비단 통신업계뿐만이 아니다.
티빙은 2021년 현대자동차와 제휴를 맺었다. 티빙은 현대자동차의 커넥티드 카(차량 시스템과 무선 네트워크를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에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또한 네이버와 협력관계로 2021년 3월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 가입자들에게 티빙 멤버십을 부여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티빙의 오리지널 시리즈 시청 권한이 혜택에서 빠지는 등 약화되긴 했지만 협력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티빙이 추진한 각종 사업 제휴는 가입자 지표에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양 대표는 지난달 열린 CJENM의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와의 협력 관계와 KT와의 제휴를 통한 가입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유료가입자는 300만 명을 넘었고 올해 연말까지 500만 명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양 대표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는 티빙의 가입자 이탈 방지와 적자 탈출이 꼽힌다.
티빙은 지난해 매출이 늘었지만 손실이 대폭 늘어나면서 모기업인 CJENM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티빙은 2022년 매출 2476억 원, 영업손실 1190억 원, 순손실 1255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보다 매출은 88.3%, 영업이익은 56.1%, 순손실은 110.9% 각각 늘어난 것이다.
불어나고 있는 국내 콘텐츠 제작비용이 적자 확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양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파라마운트플러스 등 글로벌 스튜디오와 공동 투자를 통해 규모는 키우지만 제작비는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티빙은 2021년부터 2022년 말까지 50여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공개한 바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사업성을 갉아먹는 이슈에도 대응한다.
최근 요금을 내지 않고 콘텐츠를 불법 시청할 수 있는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해당 사이트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약 1천만 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들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계는 8일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구성한 뒤 수사기관에 형사고소장을 제출했다. 다만 해당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콘텐츠업계 일각에서는 티빙이 지난해 12월 통합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즌'과의 시너지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달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74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 12월에는 489만 명, 올해 1월에는 515만 명이었다.
양 대표는 2020년 6월 티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1년 5월 열린 티빙의 '비전스트림'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내세운 가입자 수 목표는 2023년까지 800만 명이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