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서부 신생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을 선언했다. 미국 역대 은행 파산 가운데 두 번째 규모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금융당국은 현지시각으로 10일 실리콘밸리은행에 폐쇄 명령을 내리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지급 업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 미국 서부 신생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을 선언했다. 미국 역대 은행 파산 가운데 두 번째 규모다. 사진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모습. <연합뉴스> |
SVB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은행으로 1983년 문을 열었다. 주요 고객으로는 실리콘밸리의 신생기업과 벤처캐피탈 펀드 등을 두고 있었다.
SVB는 미국 테크 기업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자금흐름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SVB의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한 워싱턴뮤츄얼 뒤 두 번째 큰 규모다.
다만 SVB 파산에 따른 금융 위험은 전체 금융체계까지 옮겨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SVB의 이자수익 비중이 시중의 다른 은행들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 “SVB는 순수익에서 순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72%”라며 “절대적으로 예금과 대출 의존도가 높은 은행으로 지난해 이자비용은 금리상승으로 무려 980%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자수익인 고객의 예대마진에만 수익모델이 제한돼 있어 지난해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흐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다.
위험전이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는 미국 연방예금공사의 빠른 대처와 다른 은행들의 우수한 자본건전성도 꼽혔다.
이 연구원은 “미국 연방예금공사(FDIC)의 대응으로 13일부터 고객들이 예금보험 한도 안에서 인출이 가능하다”며 “미국과 유럽 주요 시중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은 100%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LCR은 단기 유동성 위기에 외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얼마나 고유동성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은행은 LCR 비율이 높을수록 자금흐름이 막혔을 때 오래 버틸 수 있는 셈이다.
외신은 SVB 주요 고객인 신생기업과 밴처캐피탈펀드 등이 예금을 보호한도를 넘어서서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어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SVB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 논란도 흘러나와 미국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에 따르면 그레그 베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27일 SVB의 모회사 SVB파이낸셜 주식 360만 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파산 공식발표가 있기 11일 전의 일이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