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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이강운 holoce@hecri.re.kr 2023-03-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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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 2020년 1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 지역의 콘졸라공원에서 산불을 피해 도망치던 캥거루 한마리가 엉덩이뼈가 골절돼 쓰러졌다. 지역 야생동물 구조원이 이 캥거루를 발견해 안락사시켰다. <그린피스>
[비즈니스포스트] 특별한 징후가 없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했던 얼마 전과는 달리 기후위기는 이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6개월에 걸친 호주의  대형 산불과 전 국토의 1/3을 삼킨 파키스탄 홍수는 그나마 우리와는 동 떨어진 남의 일이었다.

그러나 올겨울 긴 한파로 전기세와 난방유 폭탄을 맞은 시민들은 분노와 걱정으로 정신이 혼미하다. 말로만 듣던 기후위기를 체감하면서 난방비 걱정이 올 한해로 끝나지 않으라는 것과 다가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워 '전기 먹는 하마' 에어컨이 우리를 괴롭힐까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를 받아 든 셈이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 파키스탄이 전례 없는 홍수에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되는 등 고통을 겪었다. 2022년 8월28일(현지시각) 데일리 파키스탄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6월14일부터 시작된 몬순 우기에 따른 홍수로 현재까지 103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파키스탄 홍수 이재민이 가재도구를 싣고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계절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예측이 어려운 홍수와 폭설, 극한의 추위와 더위도 일상화되는 것 같고 대형 산불은 지역을 따지지 않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기상 이변에 피해를 직접 체감하며 적어도 기후위기가 음모론이라는 억지는 사라졌다. 

보통 기후 변화를 막연히 지구가 따뜻해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확한 의미는 따뜻한 날씨를 넘어 극한의 추위와 더위가 불규칙하고 반복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기후변화의 특징적 현상인 혹한, 혹서가 돌발적으로 발생하면 생물이 적응할 시간을 벌지 못한다.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최근에 제시되었다.

2022년 12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실린 논문은 기후변화가 심장병, 뇌졸중, 심부전 및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심장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해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많은 종류의 질환이 생기고 사망률이 높아지는 현상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추위와 더위가 인간의 생명, 건강에 이렇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만 인류의 건강을 악화하는 미래의 가장 위험한 질병은 '백터 매개 질병(vector-borne diseases, VBDs)'이다.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변온성 동물인 곤충이 매개하는 질병으로 핵심적인 매개체인 모기에 의해 병이 확산하는 것을 이른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 흡혈하는 이집트숲 모기.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물다'라는 뜻의 모기는 일단 물리면 가렵고 수면을 방해하는 귀찮은 놈이지만 혈액을 감염시키고 일본 뇌염과 말라리아,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 같은 특정한 열병을 일으킬 수 있는 질 나쁜 해충이라서 더 위협적이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다습한 환경이 되면 모기는 번식률과 생존율이 올라간다. 또한 생활사가 더 빨리 순환되면서 생활주기가 짧아지고 개체 수가 파격적으로 증가한다.

모기는 알부터 어른벌레가 되기까지 10여 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 5년이 걸리는 장수하늘소나 매미, 1년에 한 번 발생하는 붉은점모시나비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인데 온도가 올라가면서 더 빨라질 수 있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 장수하늘소.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 참매미.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 멸종위기종 붉은점모시나비.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지구 온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봄이 일찍 찾아왔다가 가을이 늦게 물러가는 경향을 나타낸다. 따뜻한 날이 늘어나면서 2~3세대를 더 연장할 수 있는 모기는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자손을 늘릴지 가늠하기 힘들다. 

생활사를 변화시키며 세력을 늘리는 모기가 서식 범위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진이 지난 120년(1898~2016)에 걸친 50만 4313건의 말라리아 발생 데이터를 토대로 아프리카지역 모기의 서식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 매년 평균 4.7km씩 남쪽으로 확장해 20세기 초보다 극지에 500km 더 근접했고, 해발 고도도 매년 6.5m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통합생물학센터가 2020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최근 30년 동안 육지에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 수가 4분의 1 넘게 감소했다.

난개발로 곤충의 서식지가 감소하고 살충제나 폐수 등 오염원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변온성 동물인 곤충의 특성상 기후 변화로 온도와 습도가 불규칙적으로 자주 바뀌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거의 모든 곤충이 줄어들고 있는데 모기만 극성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고인 물이나 폐수, 높은 기온 등 서식 환경은 좋아지는 반면 천적인 잠자리 같은 포식성 곤충은 줄어들고, 흡혈할 수 있는 인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니 기후변화는 모기에겐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의 시기가 될 것이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기후위기의 암울한 고지서, 모기가 늘어난다
▲ 멸종위기종 노란잔산잠자리 애벌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살충제를 뿌려도 약에 대한 저항성을 갖고 끝내 살아남고, 유전자를 조작해 생식 능력을 없애도 변형을 통해 생존한 몇몇 모기가 대를 이어가며 더 강해지니 어떤 경우에도 전부 멸종시킬 완벽한 통제 프로그램은 없을 것 같다. 모기 밀도를 줄이고 접촉을 피하는 도리밖에는 없는데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모기와 인간의 만남은 잦아질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연구팀은 기후 변화로 인한 모기 서식지의 확산으로 2050년까지 대략 5억 명, 2080년까지 10억 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모기 매개 바이러스 질병에 노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기 발생을 억제할 막대한 비용과 질병을 예방, 치료하면서 지출하는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 역시 쉽게 가늠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 국내에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 말라리아 감염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모기는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해 브라질, 아프리카에서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질병이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목숨까지도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 이상 모기 전염병, 남의 일은 아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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