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3-03-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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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인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산로보틱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협동로봇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데 류정훈 대표이사는 다양한 고객에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 무기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 두산로보틱스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사진)은 글로벌 업계 최다 협동로봇 라인업과 그룹의 지원을 든든한 뒷배로 삼고 있다.
더구나 두산로보틱스는 지주사 두산의 대표적 신사업 계열사여서 그룹 차원의 탄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5일 두산로보틱스에 따르면 올해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해 하반기 유럽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애초 지난해 5월 미국 텍사스주에 미국 법인 두산로보틱스아메리타를 설립한 뒤 지난해 하반기 유럽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의 에너지 위기 등을 고려해 설립 시기를 올해로 늦춘 것이다.
해외 현지법인 설립은 두산로보틱스 사업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사업은 대규모 발주보다는 여러 채널을 통해 소량씩 판매되는 방식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법인의 딜러 발굴 및 서비스망 강화가 판매 확대에 중요한 셈이다.
류 대표는 올해 두산로보틱스 성장 전략 가운데 하나로 이미 설립한 북미 법인을 통해 시장의 판매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유럽에서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안 상장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업계에서도 류 대표가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선도’를 목표로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금 확보를 위한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상장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주사 두산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상장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로봇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큰 대표적 산업 가운데 하나다.
로봇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 서비스용으로 구분되며 사람과 협동유무에 따라 협동로봇과 그 외 로봇으로 분류된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작업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을 말한다.
더구나 올해 초 삼성전자가 2021년 2월 코스닥에 상장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89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주목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로봇 관련 주식 가운데 최초로 시가총액 1조 원을 넘어서며 '로봇 대장주' 격으로 여겨진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월28일 기준 시가총액 1조7천억 원을 넘어섰다.
두산로보틱스는 성장성이 높은 협동로봇 분야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능가하는 사업경쟁력을 가진 만큼 상장 과정에서 이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22년 6600억 원 규모에서 2026년 1조93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의 다양한 제품군을 무기로 삼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협동로봇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협동로봇 분야에서만 비교하면 5개인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2배 많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라인업을 정밀성, 가속성, 중량성을 장점으로 하는 3개 제품군으로 나눠 고객의 수요에 적합한 협동로봇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진출 기업이 50개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고객 맞춤형’ 판매전략은 두산로보틱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앞세워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부터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35% 안팎 추산)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두산로보틱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순위도 5위에서 4위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7월 설립 뒤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매출은 450억 원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 140억 원(추정)보다 3배 이상 많다.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1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두산로보틱스는 2021년 말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IPO)로 400억 원을 유지했었다. 당시 400억 원은 두산로보틱스 지분 약 10%가량의 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4천억 원가량으로 평가받았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 두산로보틱스를 향한 전폭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류 대표가 사업 확장을 통해 높은 기업가치 평가받을 수 있는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두산은 비상장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사업 확장을 위한 적극적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선점의 기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협동로봇 분야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오너4세 박인원 사장도 최근 두산로보틱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박 사장은 류 대표와 1월부터 각자대표체제로 두산로보틱스를 이끌고 있다.
다만 지금껏 외형성장에 집중한 탓에 아직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점은 기업가치 평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9년 이후 영업손실 규모를 줄여오고 있지만 2021년 영업손실 71억 원을 냈고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5억 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은 특정 무게 이상의 짐을 노동자가 들 수 없는 강력한 규제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려는 협동로봇의 수요가 높다”며 “국내 협동로봇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판매 실적을 보유한 두산로보틱스는 사업 확장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이외에도 보행로봇, 천문 관측용 시스템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어 협동로봇 중심인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가치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류 대표는 1974년생으로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7년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의 마케팅&세일즈 총괄을 지낸 뒤 두산에서 기업전략과 신사업 전략 부문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2021년 7월부터 두산로보틱스 대표를 맡고 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