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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터미널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금호석유화학이 제기했다.
금호터미널은 10년 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며 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그러는 사이 주인도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그때마다 박삼구 회장은 절대 끈을 놓지 않을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 금호터미널, 차입인수 논란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이 6월19일 법원에 낸 ‘아시아나항공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 결과가 조만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5월 금호기업에 2700억 원에 매각한 것을 두고 헐값매각이라고 주장하며 금호터미널 매각 관련 이사회 회의록과 가치 평가자료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기업의 금호터미널 인수를 LBO(차입인수)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의 합병으로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현금을 이용해 금호기업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차입인수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주장했다.
차입인수는 피인수기업의 자산이나 현금 등을 담보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A기업이 B기업을 1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하면 A기업이 그 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B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A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면 B기업의 자산이 은행에 넘어갈 위험이 생긴다.
금호기업에게 돈이 없어도 금호터미널을 인수하는 길이 열리는 반면 금호터미널은 큰 피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앞으로 박삼구 회장 등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이나 고소를 하는 등 형사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의 현금자산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분 매각과 합병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이와 같은 정황을 잘 알면서도 박삼구 회장의 개인회사인 금호기업에게 금호터미널을 매각해 기업과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 10년 동안 주인 3번이나 바뀌어
금호터미널이 논란의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호터미널은 2011년에도 한차례 논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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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위치한 금호터미널 유스퀘어. |
금호터미널은 2011년 대한통운을 떠나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2009년 대한통운으로 매각된 지 2년여 만에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CJ그룹은 2011년 1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사들였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속해 있던 대한통운은 금호터미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CJ그룹은 대한통운만 따로 사들였다.
당시 금호터미널을 떼어내고 대한통운만 매각하느냐, 함께 매각하느냐를 두고 한바탕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분리해 매각으로 가닥이 잡혔다.
금호터미널 때문에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롯데그룹은 인수의사를 철회했고 대한통운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CJ그룹 차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은 금호터미널의 분리매각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나 마찬가지인 광주터미널을 잃을 수 없다는 이유로 금호터미널을 다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광주지역 경제단체들도 금호터미널을 대한통운과 분리할 것을 촉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당시 산업은행 측과 여러 차례 만나 금호터미널 분리매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금호터미널은 2006년 금호산업의 터미널사업부문이 분리돼 설립됐다. 3년 뒤 금호산업이 보유 지분 100%를 대한통운에 매각하면서 대한통운의 자회사로 바뀌었다.
그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CJ그룹에 대한통운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호터미널의 대주주는 2011년 다시 아시아나항공으로 바뀌었다.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금호기업에 매각하면서 대주주는 다시 금호기업으로 변경됐다. 10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주인이 3번이나 바뀐 것이다.
◆ 그룹의 곳간 역할, 박삼구의 애착
박 회장이 금호터미널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금호터미널이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알짜기업인 데다 그룹의 모태와 같은 상징성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터미널은 전국 대도시 도심에 15개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치만 따져도 약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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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산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 |
터미널사업은 정부가 면허를 준 사업자가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금호터미널은 지난해 2865억 원의 매출과 3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금도 약 3천억 원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까지 광주신세계에 건물과 토지 일부를 빌려주면서 5200억 원도 받았다.
최근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 등 국내 대형 유통회사들이 대형 쇼핑몰을 앞다퉈 열면서 터미널 부지 개발권과 부동산 등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터미널 대표이사를 거쳐간 인물들도 모두 박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사람들이다.
초대 대표이사를 지낸 김성산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최측근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10년 만에 신설된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사장의 뒤를 이어 금호터미널 사장을 지낸 기옥 전 사장은 한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곳간지기로 불렸을 정도 그룹의 안살림을 맡았던 인물이다.
기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임원인사에서 금호터미널 사장 자리를 내놓고 상근고문으로 물러났으나 한달도 안 돼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외협력 사장으로 복귀했다.
박 회장이 기 전 사장을 복귀시킨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 아니다. 박 회장은 그룹 곳곳에 필요할 때마다 기 전 사장을 불러들였다.
기 전 사장은 2012년 12월 금호산업 총괄사장 당시 경영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박 회장은 두달도 안 돼 기 전 사장을 금호터미널 사장으로 선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