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현재 박정림 사장과 김성현 사장의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박 사장이 리테일 쪽에서 자산관리(WM), 세일즈앤트레이딩(S&T) 등을 이끌고 김 사장은 기업금융(IB) 쪽을 맡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기업금융사업에서는 호실적을 냈으나 개인금융사업에서 부진하며 실적이 크게 줄었다.
KB증권은 지난해 순수수료수익 7847억 원을 올렸다. 1년 전보다 22.7% 줄었는데 같은 기간 IB수수료는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IPO(기업공개)거래에 힘입어 3406억 원에서 3788억 원으로 오히려 11.2% 증가했다.
박정림 사장을 향한 윤종규 회장의 신뢰가 더욱 강해졌다는 점에서 KB증권의 올해 실적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박 사장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제재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도 2021년에 이어 또 다시 연임을 결정했다.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KB금융 이사회 내 7개 상설위원회 가운데 윤 회장이 유일하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원회다. 그만큼 윤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박 사장은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인사에서 기존 자본시장부문과 CIB(기업투자금융)부문에 더해 새로 생긴 ‘AM(Asset Management, 자산운용)부문’도 추가로 맡게 됐다.
AM부문은 계열사의 중장기 자산운용 정책방향을 수립하며 고객 자산운용에 대한 성과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그룹 차원의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 사장을 향한 윤 회장의 강한 신뢰는 그동안 성과에서 나온다.
▲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2022년 9월6일 열린 ‘KB GOLD&WISE the FIRST’ 오픈 기념식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현 KB증권 사장, 박 사장, 광고모델 배우 이영애씨, 윤 회장, 이재근 KB국민은행 은행장. < KB금융 >
박 사장은 2019년 1월 '국내 증권업계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달고 KB증권 대표에 오른 뒤 2021년까지 매년 KB증권의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박 사장은 지주 내 역할이 확대된 만큼 KB증권 내 기업금융뿐 아니라 KB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데 더욱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관영업부문을 S&T(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으로 새롭게 편제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KB증권의 금융투자플랫폼인 ‘마블(M-able)’의 고도화 작업에도 힘을 싣는다.
마블은 지난해 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00만 명을 넘기며 국내 증권사 앱 선두를 달리고 있어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일정 부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플랫폼 역량은 증권사 전체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KB증권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박 사장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IT 조직을 통합한 ‘디지털부문’을 신설했다. 올해 KB증권의 전체 사업전략을 ‘안정적 수익력 강화 및 금융투자플랫폼 중심 사업(Biz) 역량 강화’로 정할 정도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박 사장은 신년사에서 “먼저 우리의 핵심가치인 ‘고객중심’을 항상 기억하자”며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KB증권을 믿고 찾아주시는 고객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중심’을 잃지 않고 KB증권만의 차별적 투자 경험을 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