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그룹 지주사 HD현대가
정기선 대표이사 사장(한국조선해양 대표 겸임) 체제의 닻을 올린 지난해 대부분의 계열사의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다만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만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정 사장은 질 좋고 풍부한 일감을 기반으로 한국조선해양을 향한 걱정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LNG운반선을 앞세운 질 좋은 일감을 한국조선해양 실적 반등의 무기로 삼고 있다. |
8일 HD현대에 따르면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데는 현대오일뱅크의 기여도가 크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주요 계열사들의 고른 성장도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0조8497억 원, 영업이익 3조387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정유 부문의 현대오일뱅크가 유가 상승 및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 2조7898억 원을 내며 HD현대 실적을 견인했을 뿐 아니라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 현대일렉트릭,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로보틱스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고루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지주사의 역대급 실적은
정기선 사장의 향후 경영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2022년은 HD현대그룹에 의미가 큰 한 해로 여겨진다. 지난해는 오너경영인 정 사장이 HD현대그룹에서 30년 이상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깨고 오너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했다.
또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주사와 그룹 이름을 ‘현대중공업’에서 ‘HD현대’로 변경하고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조선, 정유, 건설기계를 3대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구축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HD현대그룹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는 조선 부문의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기선 사장은 한국조선해양을 놓고 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최근 2년(2021~2022년) 선박 건조가격 상승기에 수주한 물량의 우수한 양과 질 덕분이다. 특히 척당 선가가 3천억 원을 웃도는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운반선이 중심에 있다.
한국조선해양 자회사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은 2021년 전체 선박 수주 가운데 34%를, 2022년에는 전체의 44%를 LNG운반선으로 채웠다.
현대중공업 수주잔량에서 LNG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39%에서 2022년 43%로 높아졌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전체 선박 수주 가운데 LNG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37%, 2022년 59%를 기록했다. 수주잔량에서 LNG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1년과 2022년 각각 53%, 57%로 높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과거 저선가 시기 수주 탓에 수익성이 없는 예정원가율 100% 물량이 현대중공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80%, 지난해 4분기 70%에서 올해 1분기 40%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비중은 올해 2분기부터는 20% 안팎으로 더 내려간다. 올해부터 저가수주 일감을 대부분 털어내고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반복건조 효과는 수익성을 추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한국조선해양은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을 내며 올해 연간 실적 호조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수익성 높은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도크가 채워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3’ 개최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기업(한화)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적자수주(저가수주) 관행이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우리 조선업 전반적으로 안 좋은 영향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미 부사장 시절인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서 그룹 조선사 전반의 수주활동을 총괄해왔다. 과거 저가수주를 거친 뒤 최근 2년 동안 정 사장 주도 아래 수주한 일감들이 한국조선해양 실적 전망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정몽준 HD현대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 사장은 2021년 10월 그룹 사장단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2년 3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