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2-02 17: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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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4개 자산운용사가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차별화한 상품을 앞세워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새 대표가 내정돼 있고 NH아문디자산운용은 최근 대표가 바뀐 만큼 새로운 리더십이 ETF시장 중위권 순위 변화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 중위권 자산운용사의 시장점유율 순위 경쟁이 올해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1월31일 기준 국내 ETF시장에서 1조9444억 원 규모의 자산(AUM)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34%(4972억 원) 늘어난 것으로 한 달 만에 시장점유율 순위가 7위에서 5위로 2계단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5위와 6위를 차지했던 키움투자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은 순위가 각각 6위와 7위로 밀렸다.
1월31일 기준 키움투자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각각 1조8789억 원, 1조426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320억 원) 늘었고 NH아문디자산운용은 2%(346억 원) 감소했다.
2021년 말만해도 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자산 2조2943억 원으로 5위, 키움투자자산운용이 2조245억 원으로 6위, 한화자산운용이 1조7583억 원으로 7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앞뒤 순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마냥 4위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월31일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3조3949억 원에 이르지만 1월 초만 해도 2조 원대에서 움직였다.
국내 ETF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나머지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시장을 나눠 점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 KB자산운용이 7조 원대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안정적으로 3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치열한 중위권 다툼이 펼쳐지는 셈이다.
차별화한 상품을 앞세운 중위권 자산운용사의 시장점유율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자산운용이 올해 들어 빠르게 순자산 규모를 늘린 데는 1월5일 상장한 ‘ARIRANG K방산Fn ETF’도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ARIRANG K방산Fn ETF는 순자산총액이 1월26일 200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1월31일에는 235억 원까지 늘었다.
ARIRANG K방산Fn ETF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대표 방산주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올해 국내 ETF시장에 첫 상장한 상품일뿐더러 상장기념 간담회에서 한화그룹 계열사 방산전문가가 총출동해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른 자산운용사가 방산 관련 ETF를 내놨으면 이렇게까지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내 방위산업 1위인 한화그룹이 계열사 전문가들의 설명과 함께 방산ETF를 출시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크게 봤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코로나 엔데믹시대 베트남 상품에 힘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6년 국내 처음으로 베트남 펀드를 출시한 자산운용사로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베트남ETF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를 포함한 베트남펀드 확대를 위해 현재 ‘리비짓 베트남(Revisit Vietnam)’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알리는 홍보영상에는 배재규 대표까지 직접 출연해 베트남시장의 성장성을 강조한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강점을 지닌 채권형 상품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2023년 ETF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채권형 펀드를 출시하는 등 채권형 상품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NH아문디자산운용 역시 지난해부터 국내 ETF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채권형 상품 출시에 힘을 싣는다. 동시에 유럽 최대 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와 연계해 유럽이나 해외테마에 투자하는 차별화한 상품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새 대표들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1월31일 인사를 통해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대표의 자리를 맞바꿨다. 권희백 신임 대표는 3월 열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한화자산운용 대표에 오른다.
권희백 대표는 한화투자증권 최초 공채 사원 출신 CEO이자 30년 넘게 증권업계에 몸담은 증권맨인 만큼 한화투자증권과 시너지를 내는 전략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을 맡고 있던 임동순 대표가 1월1일 새 임기를 시작했다. 임동순 대표는 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일하며 신탁부문과 경영기획, 재무, 마케팅부문 등을 담당했는데 이 기간 농협은행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점을 평가 받았다.
임동순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오랜 시간 농협은행 등 중앙조직에서 일했다. 이런 강점을 살려 안정성을 바탕으로 범농협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데 힘쓸 것을 보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날로 배재규 대표의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배재규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출신으로 취임 당시 국내 ETF ‘빅3’를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 1년 ETF브랜드 변경 등 굵직한 변화를 추진한 만큼 올해는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김성훈 대표의 리더십이 올해도 이어진다. 김성훈 대표는 2018년 1월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에 올라 2021년까지 매년 순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김성훈 대표는 2020년부터 금융투자협회 비상근 부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2년 임기로 재선임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ETF시장은 현재 80조 원 규모에서 앞으로 5년 안에 200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특색 있는 상품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