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차기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이사)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복규 전 산업은행 부행장이 과거 부행장 시절 방만경영을 이유로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자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산업은행 내부 출신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직위인 만큼 김 전 부행장이 거명되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
▲ 김복규 전 KDB산업은행 부행장(사진)이 차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부행장 시절 방만경영을 이유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30일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김복규 전 부행장은 기획재정부의 정원 증원 승인 등을 받지 않은 채 선임부행장 직위를 신설하는 업무를 추진해 지난해 9월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에 보낸 주의요구 문서에 따르면 당시 정책기획부문장(부행장)으로 일하던 김복규 전 부행장이 산업은행의 정책·기획업무를 총괄하면서 직제 관련 업무를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법과 한국산업은행 정관에 근거를 두지 않은 임원을 내부 규정만으로 신설할 수 없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2020년 12월30일 기획재정부의 정원 증원 승인을 받지 않고 전무이사와 같이 2개 이상의 부문을 총괄하는 역할만을 수행하고 집행부행장에 비해 높은 급여를 제공받는 사실상의 전무이사급 임원인 ‘선임부행장’ 직위를 신설했다.
감사원은 “사실상의 전무이상급 선임부행장 직위가 신설돼 산업은행 중요 의사결정을 위한 지배구조가 왜곡되게 됐으며 직무대리 제도가 집행부행장 정원 통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1년간 부당하게 이용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김복규 전 부행장은 선임부행장 직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김복규 전 부행장이 선임부행장 직위 신설을 위해 정원 증원 승인을 받은 후 해당 사안을 추진하도록 지시했어야 했고 선임부행장 직위 신설 후에도 정원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다시 폐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김복규 전 부행장에게 주의를, 김 전 부행장의 지시에 따른 본부장에게는 문책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선임부행장 직위를 2022년 1월 폐지하면서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시정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올해 상반기 진행하는 2022년도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 적극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복규 전 부행장은 현재 차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일 부행장 임기를 마치고 사실상 수석부행장 임명을 위한 검증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산업은행 회장의 제청을 받아 금융위원회에서 임명된다.
하지만 불과 4개월여 전에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던 김복규 전 부행장이 산업은행 내부출신이 오를 수 있는 정점에 올라 정책금융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올해 경영평가에 감사원 감사결과를 넣는 것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김복규 전 부행장이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에 취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복규 전 부행장은 1966년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은행에 들어와 기획조정부 기획조정팀장, PF3실장, 인사부장, 비서실장, 정책기획무문장, 정책·녹색기획부문장을 지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