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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입법취지 살리는 보완책 마련해야 

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 2023-01-27 14: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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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7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꼭 1년이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엄벌주의를 통해 현장의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다시 말하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의 최종 결정자에게 안전을 챙기도록 한 것이다. 
 
[기자의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입법취지 살리는 보완책 마련해야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하지만 시행 1년 동안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처벌대상과 기준이 모호한 데서 출발한다. 처벌대상이 ‘경영책임자 등’으로 명시돼 기업의 오너인지, 대표이사인지, 안전보건책임자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보건 인력과 시설을 갖추기 위한 적정 예산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원청의 입장에서 어느 범위까지 하청을 관리해야 법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에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취지인 산업재해 예방에 힘쓰기보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기업 오너와 대표이사들은 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한 방패막이를 세웠다. 또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을 받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호한 법 조항과 기업들의 처벌 피하기 노력 덕분인지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된 229건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건수는 두 건에 지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입건한 것 중에 34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11건이 재판에 넘어갔지만 한국제강 노동자 깔림사건, 두성산업 화학물질 중독사건을 빼면 나머지 9건은 첫 기일조차 열리지 않았다. 

안타까운 점은 기업들이 안전수칙만 준수했어도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장의 처벌을 회피하는 데 집중해 안전의식을 세우지 못했고 제대로 된 투자도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두성산업이 유해화학물질을 다루고 있음에도 작업장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노동자 10명이 집단 독성 간염에 걸린 사건이다. 

자동차부품제조 기업인 엠텍은 안전점검을 하고도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금속틀을 청소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노동계가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강한 형벌적 책임을 물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법의 모호성도 보완해야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 1년 동안 처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를 피하기 위한 대책마련에만 급급한 모습을 이미 봐왔다. 

엄벌주의는 범죄가 발생한 뒤에 강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예방효과가 낮고 엄벌에 처해도 이미 발생한 피해는 복구할 수 없다. 경영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있지만 예방을 위한 조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예방이 최선책인 셈이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스스로 적극적 안전경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고용노동부도 이를 받아들여 형사처벌 위주의 현재 제재방식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영국이 2007년 시행한 기업과실치사 및 살인법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와 처벌에서 기업의 자율적 예방체계 구축을 지원하되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평가 뒤에도 위험요소를 제거하지 않아 사고가 나면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은 기업과실치사법에 따라 기업 등이 업무와 관련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하면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상한이 없는 벌금을 부과한다. 단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한 형사처벌은 없다.

이 법의 제정 효과로 단언할 수 없지만 법 제정 이후 영국의 사망만인율(노동자 10만 명당 사망자수 비율)은 2007년 0.07명 수준에서 2009년 이후 0.04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27일 시행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목표로 2020년 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법 적용이 확대된다. 

하지만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더 크게 늘었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사고는 611건, 사망자는 64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54건, 39명이 감소했지만 법 적용 대상 사업장만 놓고 보면 사망자는 256명으로 8명이 더 늘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중대재해처벌법 2년 차를 맞이하는 2023년에 최소한의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부주의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없기를 바라본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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