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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갤럭시폴드 시행착오 뒤 결실, 애플과 전략 차이 보여줘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1-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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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갤럭시폴드 시행착오 뒤 결실, 애플과 전략 차이 보여줘
▲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9년 4월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리뷰용 제품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영상 일부 장면.
[비즈니스포스트] “절대 갤럭시폴드를 구매하지 말고 접지도 말아라. 뭔가를 접고 싶다면 색종이나 목도리, 핫도그빵 같은 물건을 대신 접어라.”

월스트리트저널이 2019년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와 관련해 공개한 영상의 내용이다. 해당 매체의 IT 전문기자는 갤럭시폴드 화면 사이에 핫도그용 소시지를 끼워넣으며 영상을 마무리한다.

삼성전자가 야심작으로 앞세운 갤럭시폴드 리뷰용 제품을 해외 주요 매체에 전달한 뒤 예상과 달리 이와 같은 비판적 반응이 이어졌다. 주로 디스플레이 구조와 취약한 내구성, 이물질 유입 등 하드웨어 완성도와 관련한 지적이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갤럭시폴드의 글로벌 출시를 수 개월 늦추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후 여러 단점을 보완해 내놓았고 마침내 같은 해 9월 정식으로 제품을 선보인 뒤 판매를 시작했다.

폴더블 스마트폰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삼성전자 및 계열사, 관련 부품업체들은 연구개발 및 생산투자에 상당한 노력을 들였다. 생산 능력과 단가, 수율 등이 모두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치를 충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실물로 선보인 것은 2010년 전후였는데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까지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와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오랜 노력이 마침내 정식 출시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형태의 갤럭시폴드가 수 년째 정체되어 있던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기술 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일각에서는 무겁고 두꺼운 데다 가격도 비싸 아직 준비되지 않은 시제품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갤럭시폴드 첫 제품이 혹평을 받았던 요소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후속 제품에서 점차 나아졌다. 휴대성을 앞세운 갤럭시 ‘플립’ 시리즈가 새로 출시됐고, 화면을 펼치는 각도를 조절할 수 없는 단점이나 외부 화면의 활용성 등이 새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때마다 꾸준히 개선됐다.

삼성전자의 이런 노력은 이제 분명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 갤럭시 폴드와 갤럭시 플립 시리즈가 당당히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으로 등극했고, 연간 판매량도 2021년부터 1천만 대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다만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직 시장에서 완전히 주류로 자리잡기까지는 갈 길이 다소 멀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6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폴더블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갤럭시 폴드와 플립 시리즈는 삼성전자 하드웨어 기술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직 스마트폰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꿀 만한 영향력을 갖추지 못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삼성전자의 기술 혁신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구매해 사용할 만한 수요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폴더블 스마트폰 가격이 아직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것과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다는 특징이 실제 활용성 측면에서 어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가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후속 제품을 선보일수록 생산 단가는 낮아지고 폴더블 스마트폰에 적합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기반도 확대될 수 있어 이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라이벌] 갤럭시폴드 시행착오 뒤 결실, 애플과 전략 차이 보여줘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4' 및 '갤럭시Z폴드4' 제품 이미지.
경쟁사인 애플은 삼성전자와 달리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폴더블 아이폰 생산을 위한 공급망 확보가 삼성전자와 비교해 어렵다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애플의 사업 전략 때문으로 분석된다.

팀 쿡 애플 CEO는 오래 전부터 “새로운 기술이 확실하게 준비되기 전까지는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기술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실제로 신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를 포함하는 표현이다. 시장에서 확실한 수요가 보장되지 않은 제품이라면 경쟁사를 의식해 무리하게 출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아이폰 이후 약 15년 만에 애플이 처음 선보일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헤드셋과 자율주행 전기차(애플카)가 아직 추측만 무성한 제품으로 남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를 바탕에 두고 있다.

애플의 AR/VR 헤드셋은 이르면 2022년, 애플카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두고 있던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계획이 최소 수 년은 미뤄지며 실제 사업화 가능성이 불투명하거나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해당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을 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를 처음 선보이며 시행착오를 겪은 뒤 꾸준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애플과 뚜렷한 전략 차이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시장에서 과감한 시도로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에 성공했고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며 넓혀 나가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반면 애플은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분야에만 힘을 쏟는 기업으로 평가가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전략은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을 수밖에 없다.

애플은 증강현실 헤드셋 및 전기차 분야에서도 우선 소수의 고객을 위한 고가 제품을 선보인 뒤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으면 보급형 라인업을 내놓는 쪽으로 방향성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처음으로 올레드 디스플레이와 듀얼카메라를 적용한 아이폰X가 출시되었을 때도 이런 방식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증강현실 기기와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 유망 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시장 개막에 대비하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의 선두주자로 앞서나가는 데 기여했던 전략을 신산업 분야에서도 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나가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갤럭시폴드가 처음 공개된 뒤 “삼성전자가 ‘패스트팔로워’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넘어설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장기간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이 주도하는 변화를 따라가는 기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두 기업의 위치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2부- 삼성 vs APPLE
(1) 애플과 혁신 경쟁,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간다
(2) 갤럭시폴드 시행착오 뒤 결실, 애플과 전략 차이 보여줘
(3) 탈세계화 시대, 아이폰 생산 차질에 삼성전자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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