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1-18 16: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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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다시금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의 제재와 사퇴 압박에도 소송 등으로 맞서며 자리를 지켰는데 이런 흐름에 끝내 마침표가 찍혔다.
▲ 18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금융당국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아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2014년 9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으로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이 함께 물러난 'KB사태' 이후 약 8년 만이다.
2020년 2월 손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로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으나 이후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통해 금융당국과 맞섰다. 이에 손 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문재인정부에서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집권 등을 막기 위해 직접 징계뿐 아니라 2016년 국정농단사태 연루 의혹, 채용비리 관련 사법리스크,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의 책임을 물어 각 금융지주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소송을 통해 금융당국과 힘겨루기를 하며 자리를 지켰고 결과적으로 문재인정부에서 4대 금융지주 회장은 단 한 명도 교체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지속해서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가 각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만나 연임 관련 우려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으나 결국 통하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은 감독기관으로서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감독권한을 지닌 금융당국이 중징계 등으로 사퇴를 압박하면 여지없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금융당국에서 가장 먼저 중징계를 받았던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2009년 9월 전 직장이던 우리금융 회장 시절 투자했던 파생상품 문제로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징계 확정 10여 일 만에 KB금융 회장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2010년 11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2014년 9월 KB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모두 징계가 나온 뒤 한 달 안에 회장에서 내려왔다.
특히 임영록 전 회장은 금융당국의 징계에 불복하며 소송으로 맞설 움직임을 보였으나 KB금융 이사회에서 회장의 해임안을 가결하면서 금융당국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만약 이번에도 손태승 회장이 소송을 통해 금융당국의 제재에 맞서며 연임에 도전했다면 금융위와 금감원은 새 정부 들어서도 위상 회복이 요원하다는 평가를 받을 상황에 놓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