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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할 때 피아트의 소형 다목적차량 '아이디어'를 탔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은 차 애호가다. 그는 즉위 이후 전임 교황들이 탔던 메르세데스 벤츠 방탄차 대신 포드의 소형차 포커스를 ‘포프모빌’(교황 전용차)로 선택했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도 피아트의 소형 다목적차량인 아이디어를 타고 다녔다.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국산 경차들이 교황의 간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교황이 방한 중 의전차량으로 “한국차 중 가장 작은 차를 이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차 중 가장 작은 차는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GM의 스파크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세 차량은 모두 배기량 1000cc 엔진이 적용된 경차다. 모닝과 스파크 가격은 최저가격 기준 908만 원이고 레이는 이보다 300만 원 가량 비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작은 한국차를 탈 것이라고 밝혔지만 평소 그가 애용하는 차량들을 고려해 보면 교황의 선택 폭은 넓어진다. 바티칸에서 타고 다니는 포드 포커스와 브라질 방문에서 탔던 피아트 아이디어의 배기량은 모두 1600cc로 국내에서 준중형차로 분류된다.
배기량 1600cc 이하 엔진을 장착한 국산차는 아반떼(현대차), 쏘울, K3(기아차), 아베오, 크루즈, 트랙스(한국GM), QM3(르노삼성) 등이 있다. 이 중 QM3는 수입판매 되는 차량으로 한국차라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교황의 간택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직 바티칸이나 한국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등으로부터 교황 의전차량에 대한 통보를 받은 기업은 없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먼저 제공한 것이 아니고 반대로 존경받는 분이 스스로 선택하는 모양새”라며 “이 때문에 훨씬 더 자연스럽고 홍보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프모빌은 교황의 상징과 같다. ‘서민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화려한 차를 타고 싶어진다면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굶어 죽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즉위 때부터 성직자들에게 작은 차를 권했다.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하이브리드, 에너지 절약형 모델을 애용했다. 한국에서 검소한 것으로 유명한 김수환 추기경이 쏘나타를 탔다. 당시 천주교 주요 인사들은 외제차나 고가의 승용차를 타는 게 보통이었다.
교황이 작은 차를 타는 모습을 보고 경차를 싼 차로만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인식이 변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인들에게 작은 차가 싼 차라면 교황에게 작은 차는 착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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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 |
국내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저렴한 가격 덕에 한때 ‘잘나가던 경차’는 옛말이 됐다. 한국에서 경차 판매비중은 2007년 5.5%에서 2012년 17.3%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16%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1.7%까지 떨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경차 판매 전망은 어둡다”며 “주요 고객인 20~30대 소비자들이 모델 연식에 민감한데 신차가 나오지 않고 있고 중소형 차급에서 다른 대안 모델들의 출시가 이어진 것이 경차 판매가 감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교황은 ‘서민의 차’라는 이유로 작은 차를 타지만 한국인들은 그와 똑같은 이유 때문에 작은 차를 타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경차보다 소형, 중형차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제성을 고려할 경우에도 경차보다는 큰 차인 디젤, 전기, 하이브리드 차량을 더 선호한다.
국내 1위 자동차회사 현대자동차는 과거 경차 아토즈를 생산했지만 2002년 아토즈가 단종된 이후 국내에서 경차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경차 i10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의 경차 기피 경향이 반영된 지역별 전략인 셈이다.
일본의 경차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일본의 경차 보급 비율은 37%에 이른다. 두 집에 한 집은 경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차 기준도 배기량 600cc로 한국 경차 기준보다 엄격한 편이다.
그런 만큼 일본의 경차 개발 기술은 한국보다 월등하다. 일본 경차들은 더 이상 싼 가격만을 장점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일본의 경차는 넓고, 안락하며,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