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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공동기획] 기후위기, 책임 없는 약한 사람들부터 사라진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1-09 15: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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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공동기획] 기후위기, 책임 없는 약한 사람들부터 사라진다
▲ 옥스팜과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약하고 책임없는 사람들에 주목하며 그들의 삶을 지켜주기 위한 공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재난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약하고 책임 없는 사람부터 덮친다.

한국 사회는 2022년 여름에 서울을 덮친 기습적 폭우로 기후재난이 누구를 먼저 공격하는지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서울 대부분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자동차 침수와 같은 재산 피해는 물론 사망, 실종 등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폭우가 유발한 가장 안타까운 사고로는 단연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사망한 일을 꼽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도 여전히 사회의 가장 밑바닥, 땅 아래 사는 사람들에게는 집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가 폭우에는 생명마저 지킬 수 없는 공간일 수 있다는 현실을 일깨워 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기후재난이 선진국보다는 저소득국가, 저소득국가에서도 가장 약한 사람들부터 집어삼킨다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저소득국가들은 의료시설, 교통, 에너지 등 사회 인프라는 물론 식수, 식량과 같은 인간 생존의 기본적 자원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자력으로 피해를 복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여름 전체 국토의 3분의 1이 잠길 정도로 피해를 본 파키스탄이 대표적 사례다. 파키스탄에는 홍수 피해가 발생한 지 반년이 다 돼가는 현재 시점에도 여전히 이재민이 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크누트 오츠비 유엔개발기구(UNDP) 파키스탄 상주 조정관은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파키스탄 기후변회 회복 국제회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객지에서 인도주의적 구호품에 의지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저지대가 많은 방글라데시도 동북부 실헤트 지역을 중심으로 250만 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할 정도로 피해를 봤다.

아티쿨 하크 방글라데시 재난관리국장은 지난해 6월 홍수 피해 당시 주요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실헤트 지역에 발생한 이번 홍수는 122년 만에 최악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밖에 인도 등 인근 국가 역시 홍수피해에서는 예외가 아니었으며 반면 동북부 아프리카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옥스팜 공동기획] 기후위기, 책임 없는 약한 사람들부터 사라진다
▲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지난해 홍수 피해를 본 방글라데시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옥스팜> 
기후재난은 비교적 낙후된 저소득국가에 치명적 피해를 주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정작 이들이 기후재난의 원인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후재난은 대부분 선진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뿜어낸 온실가스가 유발한 것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제공하는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에 따르면 196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이 22%, 중국이 16.6%, 러시아 7.8%로 각각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20개 국가의 배출량 비중은 전체의 81.2%에 이른다.

2022년 11월 이집트 샤름 알 셰이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도 기후재난에 선진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 문제는 중요 의제로 논의됐고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자는데 까지는 합의를 봤다.

80년 넘게 식수, 보건, 위생 분야에서 구호활동을 펼쳐온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도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의 불평등에 주목하고 있다.

옥스팜은 지난해 6월 내놓은 ‘이제는 기후비용을 부담할 때’ 보고서를 통해 “자산과 소득 불평등은 인종과 성별, 민족을 교차하며 기후 영향에 대한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부유층은 안전한 장소에 거주하면서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험에 노출이 낮고 쉽게 대처할 수 있지만 빈곤층은 보호받을 수단이 적어 더 큰 손실과 피해를 겪으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는 효과를 보인다”고 바라봤다.

옥스팜은 재난피해감소(Disaster Risk Reduction)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재난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지역이 장기적으로 재난 위험과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좋은 작물 및 농업기술 도입, 관계시설 지원, 재난 발생 전 대피 훈련 등이 재난피해감소 프로그램의 대표적 예시다.

또한 현지 지방정부와 협업을 하는 등 구호사업의 지역화(Localization)도 옥스팜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다.

현지인들에게 대가를 주고 재난대비 인프라를 구축하는 ‘캐시 포 워크(Cash for Work)’를 통해 현지의 회복력과 주민들의 소득 고민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사업은 지역 맞춤형 구호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차르(Char) 지역 노야파라 마을에서 현지구호 활동을 펼친 이정온 옥스팜코리아 국제개발&CSR팀장은 “마을 남자들은 우기에는 돈을 벌기 위해 타지로 떠나 가장 가난한 가정일수록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만 남는 경우가 많고 이런 상황은 남성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홍수 때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캐시포워크 활동 시기를 우기 직전으로 잡아 마을 남성들을 마을에 머물게 하는 일이 필요했다”며 “마을 남성들도 상대적으로 작은 보상임에도 자신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캐시포워크가 제공하는 보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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