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1-04 12: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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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일동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앞서 정부의 긴급사용승인 대상에 오르지 못해 고배를 마신 뒤 상용화를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화이자와 MSD 등 글로벌 제약사가 독식한 국내 코로나19 치료제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일동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의 품목허가를 신청해 화이자 '팍스로비드' MSD '라게브리오' 등 기존 치료제와 경쟁을 예고했다.
4일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엔시트렐비르(일본 제품이름 조코바)'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엔시트렐비르는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개발한 약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병을 치료한다.
일동제약은 엔시트렐비르가 임상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충분한 치료효과를 보였고 일본에서 이미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아 의료현장에서 활용되기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일본 의료당국은 지난해 11월 엔시트렐비르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내리고 200만 명분을 확보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엔시트렐비르를 긴급사용승인할 필요성이 낮다고 같은 해 12월 밝혔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은 국내에서 엔시트렐비르를 판매하기 위해 정식 허가절차를 밟기로 했다.
일동제약이 엔시트렐비르의 품목허가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 주도의 약물 도입이 이뤄지지 않아도 시장에서 충분히 화이자나 MSD 치료제와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길리어드 '렘데시비르', 화이자 '팍스로비드', MSD '라게브리오' 등 3종이다. 먹는 치료제만 따지면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가 국내 수요를 양분하고 있다.
엔시트렐비르와 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의 코로나19 치료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채택한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엔시트렐비르는 코로나19 주요 증상을 해소하는 데 걸린 시간이 167.9시간으로 대조군의 192.2시간보다 짧았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8%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게브리오는 환자의 입원 가능성을 50%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비슷한 기준으로 평가된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의 경우 라게브리오 쪽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시선을 받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팍스로비드를 먼저 처방하는 원칙이 정해진 까닭이다.
다만 모든 환자가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팍스로비드의 병용금기성분(함께 처방하면 안 되는 성분)이 20여 종에 이르는 만큼 기존에 해당 성분의 약을 복용하던 환자는 팍스로비드로 치료하기 어렵다. 이 경우 라게브리오가 대안으로 사용된다.
엔시트렐비르는 병용금기성분이 30여 종으로 팍스로비드보다 많지만 서로 겹치는 부분은 적다. 팍스로비드가 확보하지 못하는 치료 수요를 엔시트렐비르가 공략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환자의 복용 편의성은 엔시트렐비르 쪽이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보다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엔시트렐비르는 5일 동안 1일 1회 복용하는 약물이다. 일본에서는 투여 첫 날 3정을, 2일부터 5일까지는 1정을 하루 1회씩 투여하는 방법으로 승인됐다. 환자는 모두 7정을 복용하게 된다.
반면 팍스로비드 복용량은 엔시트렐비르보다 훨씬 많다. 약물 3정을 1일 2회씩 5일 동안 복용해 전체 30정을 복용해야 한다. 라게브리오는 팍스로비드와 복용 방식이 같은데 1회 복용량이 4정이라 전체 복용량은 40정에 이른다.
가격이나 공급 측면에서 엔시트렐비르가 경쟁 우위를 보일 수도 있다. 일동제약은 시오노기제약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엔시트렐비르를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이 공급할 기반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동제약은 "엔시트렐비르는 처방 범위가 넓고 복용 방법이 편리해 코로나19 치료의 유용한 옵션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사용 승인을 위한 관계 당국의 심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는 최근 부진한 일동제약 실적을 반등시킬 수 있는 열쇠로 여겨진다. 일동제약은 늘어난 연구개발비의 영향으로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 503억 원을 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