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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부자의 품격, 경주 최부자댁 집터와 그 사람들 이야기1

류인학 khcrystal@hanmail.net 2022-12-2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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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와 경제] 부자의 품격, 경주 최부자댁 집터와 그 사람들 이야기1
▲ 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에 있는 충의당 전경.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이야기할 때 첫 손에 꼽히는 경주 최부자집의 원류가 시작된 곳이다. 이전에는 당호(堂號)가 흠흠당(欽欽堂)이었으나, 1760년경 중수한 뒤 충의당(忠義堂)이라 하였다. <경주시>
[비즈니스포스트] `권세는 십 년 가기 어렵고, 부자는 3대 가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엔 부귀 권세를 바라는 이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더 큰 부와 권력을 얻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니 오래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역사를 봐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재벌들이 3대를 못 가 몰락했습니다. 당대에 몰락한 재벌도 많습니다. 그런데 무려 10대 넘게 300년 이상 아주 큰 부를 대대로 유지해온 가문이 있습니다. 경주의 만석꾼 집안 최부자댁이 그랬습니다.

최부자댁의 역사는 조선조 중엽 최치원 선생의 17대손인 최진립 장군부터 28대손인 최준 선생까지 이어졌습니다. 조선시대 만석꾼 부자는 곳곳에 많이 있었지만, 10대가 넘게 유지된 부호는 없었습니다.

최부자댁 집터의 기운이 아주 빼어나고 또 사람들의 정신과 생활 자세가 특별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집터도 좋았지만, 최부자댁은 집터의 기운 하나로 막대한 재산을 오래 지켰던 게 아닙니다.

최부자댁은 재산을 늘리는 과정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고, 어려운 이들에게 많은 덕을 베풀었습니다. 자손 대대로 부자의 아름다운 품격을 잘 지켜 큰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여느 부잣집들과 매우 다른 점이었습니다.

`덕을 쌓은 집안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자가 베풀 줄 모르고 탐욕만 부리면,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도 에너지를 만듭니다.

지나친 욕심 때문에 타인의 미움을 받으면, 미움이 만든 나쁜 에너지 때문에 안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아무리 큰 재산도 흩어져 사라질 수 있습니다. 최부자댁은 대대로 많은 공덕을 쌓았기에 큰 복을 받았다고 봅니다.

최부자댁의 역사는 최부자 가문의 1대조로 알려진 최진립 장군에 앞서 장군의 부친인 최신보 선생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최신보 선생은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의 갑부였던 참봉 황임종의 따님과 결혼했는데 황 참봉에겐 아들이 없어 황 참봉이 세상을 뜨자 그의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또, 황씨 부인이 최진립 장군을 낳고 2년 후에 세상을 떴으며 부자였던 강씨댁 규수와 재혼했는데, 마침 강씨댁에도 아들이 없었습니다. 최신보 선생은 강씨댁 재산까지 물려받아 갑부가 되었습니다.

지금 최부자댁은 경주시 교동에 있지만, 원래 최부자 가문이 처음 터를 잡고 산 곳은 내남면 이조리였습니다.

이곳 이조리에서 7대 약 200년을 살았고, 7대 최언경이 1700년대 후반 교동으로 이사하여 교동에서 또 200여년간 거주했습니다. 이조리의 충의당이 1대 최진립 장군의 부친부터 여러 대에 걸쳐 최부자 가문이 살았던 집입니다.

충의당은 형산강과 이조천이 합류하는 곳에 펼쳐진 들판에 있습니다. 서쪽에서 흘러오는 이조천과 남쪽에서 흘러오는 형산강이 합류하여 충의당 일대를 감싸안고 북쪽으로 흘러갑니다.

또, 경주 남산의 남쪽 기슭에서 흘러오는 시냇물도 충의당 동쪽에서 형산강과 합류하여 함께 흐릅니다. 이렇게 여러 하천의 물이 합쳐져 감싸주는 곳이니 충의당터는 큰 재물이 모이는 터입니다. 대부호가 나올 명당입니다.

이곳은 물의 형세뿐 아니라, 산세 또한 재물을 불러오는 기운이 매우 왕성합니다. 충의당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동서남북 사방에 노적이나 창고처럼 생긴 산봉우리가 즐비하게 솟아있습니다. 그 수가 무려 30여 개에 이릅니다.

이처럼 사방이 재물을 불러오는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인 곳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최부자 가문의 1대조인 최진립 장군은 치부에 관심이 없었고 재산을 늘리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장군의 외가에 남자 자손이 없어 외가의 재산을 물려받았고, 또 계모의 친가에도 남자 자손이 없어 그 가문의 재산까지 물려받아 큰 부자가 되었으니 재복을 타고났던 것입니다.

최 장군은 재물엔 관심이 없고 우국충심이 매우 돈독했던 분입니다. 그는 24세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동생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왜적에 맞서 싸웠습니다.

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용인에서 청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훗날 경주의 유생들은 장군의 충절을 길이 기리고자 충의당 동쪽, 형산강 건너에 용산서원을 세우고 장군을 배향했습니다.

충의당 서북쪽에는 아주 반듯하게 생긴 삼각형의 산봉우리 하나가 높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이런 형상의 산봉우리가 있는 곳에선 충의지사나 충렬지사가 나옵니다. 최진립 장군이 이 산의 정기를 받았으리라 봅니다.

최진립 장군의 후손들은 장군과 달리 이재에 밝았습니다.

장군의 아들이자 2대 최부자인 최동량은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지를 많이 넓혔습니다. 3대 최국선도 황무지 개간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계속 땅을 넓혔습니다. 이들은 개간사업을 하며 일꾼들에게 임금을 후하게 주어 개간사업이 곧 빈민 구제사업도 되었습니다. 그러니 재산을 늘려가며 인심도 크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국선은 개간사업에 더하여 수리 관개 시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또 농사법을 꾸준히 개선하여 단위당 곡물 수확량을 대폭 늘렸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최부자댁 재산은 계속 늘었습니다. 5대 6대에 이르러는 만석꾼의 거부가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부자들이 흉년에 토지를 헐값에 사서 큰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최부자 가문의 가훈 중 하나가 `흉년에 땅을 사지 마라`입니다. 또. 이런 가훈도 있었습니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어떤 부자들은 흉년이 들면 이때다 하고 헐값에 땅을 사들였습니다. 또, 땅을 담보로 엄청나게 높은 이자를 붙여 식량을 빌려주었습니다. 많은 가난한 농민들이 흉년에 진 빚을 못 갚고 땅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최부자집은 모아둔 양식을 풀어 굶어 죽게 된 가난한 백성들을 구했습니다.

이것이 부자의 참된 품격입니다. 최부자댁은 그저 재산이 많아서 훌륭한 가문이 아닙니다. 재산을 모으는 과정이나 재산을 쓰는 일이 공명정대했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훌륭한 것입니다.

충의당 일대에서 보이는 사방의 산들은 거의 대부분 단정하고 수려하게 생겼습니다. 또 온화하고 부드러운 형상의 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충의당 일대에는 맑은 기운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 넘칩니다.

이 밝은 기운도 최부자댁 사람들이 부자의 품격을 잘 지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으리라 봅니다. 류인학/자유기고가, '문화일보'에 한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쓴 글 ‘배달의 산하’, 구도소설 ‘자하도를 찾아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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