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열린 '일방적 CEO 선임 반대 기자회견'에서 김준영 사무금융노조 신한카드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금융위기 코앞인데 낙하산이 웬 말이냐! 자회사 무시, 노조 무시 지주인사 결사반대!”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 매서운 바람이 부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60여 명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신한카드지부, 신한투자증권지부, 신한생명(신한라이프)지부 조합원들은 주먹을 쥐고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신한카드 노조가 주축이 돼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의 주제는 ‘일방적 CEO 선임 반대 기자회견’.
노조는 지난주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 이후 진행되고 있는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정권교체 이후 새 정부의 압박을 받은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선임된 금융지주 회장이나 금융공기업 사장만을 낙하산 인사로 한정하지 않았다.
카드업이나 증권업,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많지 않은 인사들이 지주사나 은행에서 내려와 각 계열사 대표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낙하산 인사로 봤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김준영 사무금융노조 신한카드지부장은 “신한카드 출신은 신한카드 사장을 꿈꾸면 안 되는 것이냐”며 “카드업 비전문가들이 사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현재 상황에 분노와 서글픔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 노조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20일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는데 현재 카드업계나 신한카드 출신 인사는 후보군에 올라 있지 않다.
김준영 지부장은 “국내 1위 카드사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카드사인 신한카드 사장 후보 가운데 카드 전문가나 신한카드 출신 인사 이름은 단 한 명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며 “모두 지주 또는 은행 인사, 다른 자회사 CEO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하나 같이 카드업무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들이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신한카드가 업력이 짧거나 경영상 문제가 있거나 시장지위가 급격하게 하락했다면 모르지만 신한카드는 1위 사업자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며 자산과 순익 모두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신한카드를 키우는 데 이바지한 인물로 CEO로 선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도 김준영 지부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재진 위원장은 “신한카드는 2007년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된 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내부인사가 사장이 된 적이 없다”며 “신한카드는 점유율과 손익 등 모든 면에서 부동의 1위지만 저들은 지주와 은행에서 낙하산을 내리꽂는 작태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지주가 자회사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자발적으로 전문가들이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지만 저들은 단지 자기가 관리하기 편한 사람들을 내려보내려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의 새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결단을 내려 줄 것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
진옥동 회장 내정자는 오늘 이 자리를 보면서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시작부터 노조 자회사와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투쟁 대상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선 김승일 사무금융노조 신한투자증권지부장과 마지막 발언을 맡은 강기천 사무금융노조 신한생명지부장 역시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비판하고 각 업권의 전문성을 보유한 CEO 선임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신한카드 노조가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신한카드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카드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1등 신한카드에 대한 존중과 존경 △조합과 함께 내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결단력 등 3가지를 다음 CEO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만약 조합의 요구를 무시하고 자질과 함량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를 일방적으로 선임한다면 신한카드지부 조합원 2100명, 7만 사무금융노조와 함께 강력 투쟁으로 맞서겠다”며 “이로 발생하는 모든 혼란과 손실은 오로지 지주사 책임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30분가량 진행됐다.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추운 날씨에 고생했다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추운 날씨에 코는 빨개지고 피켓을 드는 움직임은 뒤로 갈수록 둔해졌지만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30분 동안 한 줄에 10명씩 6줄로 맞춰진 대오를 조합원들은 구호를 외치며 흔들림없이 지켰다. 이한재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열린 '일방적 CEO 선임 반대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일방적 CEO 선임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