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에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중국 자동차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현지 브랜드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유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전동화 전략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크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2023년 친환경차 모델을 앞세워 중국에서 재도약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왼쪽)과 기아 EV6. |
14일 중국승용차시장데이터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해 11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에서 현지브랜드 판매 비중이 55.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1월과 비교해 중국브랜드 판매 비중이 8.4%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브랜드들의 누적 시장점유율도 47%로 1년 전보다 6.3%포인트 확대됐다.
현지 브랜드들이 현대차와 기아의 과거 중국 시장에서 위상을 넘어선 데 이어 일본차 브랜드들까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현지 브랜드들이 단단한 입지를 쌓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11월 전기차 판매량 가운데 로컬브랜드의 점유율은 70.3%에 이른다. 2021년 11월과 비교해 8%포인트 높아졌다. 중국 시장에서 11월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58.2% 증가한 59만8천 대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배 늘어난 503만 대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30% 수준이다.
더구나 중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19년 103만5752대, 2020년 105만4169대, 2021년 271만7937대로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북미시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제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가뜩이나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처지에 놓였다. 그런 만큼 중국 전기차시장에 안착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2016년 전까지만 해도 10% 점유율을 확보하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판매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택시회사 등에 납품을 늘리면서 중국 시장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판매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실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현대차와 기아 합산 점유율은 단 1.7%에 그친다. 2016년과 비교하면 5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뿐 아니라 전기차를 내놓으며 내년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제네시스를 앞세워 중국 시장의 문을 세 번째로 두르렸다. 물론 아직 진출 초기인 만큼 이렇다할 판매량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내년 친환경차 라인업과 함께 고급화 이미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중국 시장에 전용플랫폼(EGMP)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열리는 자동차 행사에 전기차를 꾸준히 소개하면서 인지도를 다져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1월5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참여해 아이오닉6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박람회에서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6를 포함해 ‘중국형 넥쏘’와 수소연료전지 엑시언트, 수소연료시스템 등을 전시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플랫폼 전기차 주력 모델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제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는 세계 3대 자동차상 가운데 2곳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오닉5는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EV6는 ‘2022 유럽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다. 이외에도 일본 올해의차, 독일 올해의 차 등 각 국가별 권위 있는 자동차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에 앞서 수소전기차 ‘넥쏘’를 먼저 중국에 출시해 친환경차 브랜드를 이미지를 다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중국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중국형 넥쏘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중국 베이징 교통당국에서 신에너지차(NEV)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해 친환경차 보조금 문제 등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어떤 모델이 언제 출시하는 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전동화모델을 강화해 친환경차로 중국에서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