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사들의 올해 실적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게임사들은 신작 게임의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올해 '지스타 2022' 행사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회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게임업계가 올해 4분기에 선보였거나 내년 초 출시를 앞둔 신작 게임의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일부 게임사들은 경쟁력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실적이 저조한 게임 프로젝트도 내려놓고 있다.
8일 게임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의 올해 실적은 신작 게임의 성패와 각 게임사를 대표하는 핵심 지적재산(IP) 보유 여부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게임사도 있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된 게임사도 있다.
3분기에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은 곳은 넥슨과 엔씨소프트다.
넥슨은 3분기 매출 9426억 원, 영업이익 3049억 원을 거뒀다. 엔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6% 증가한 수치다. 단일 분기 역대 최고 매출과 역대 3분기 최고 영업이익 달성에도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6365억 원, 8968억 원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이미 넘어섰다.
넥슨의 실적은 대표 지식재산인 '던전앤파이터'와 신작 게임인 'HIT2'가 이끌었다.
HIT2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모바일 게임의 성과와 'FIFA 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PC 온라인게임 스테디셀러의 활약에 힘입어 넥슨은 올해 매 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성장했다.
엔씨소프트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매출 6042억 원, 영업이익 1444억 원을 거둬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50% 늘었다.
엔씨소프트의 3분기 실적은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 때문이다. 특히 '리니지W'는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하는 1970억 원을 거뒀다. '리니지M'과 '리니지2M'도 꾸준한 인기를 보이며 각각 1465억 원, 856억 원의 매출을 냈다.
비용절감도 효과를 봤다. 엔씨소프트는 복리후생비 감소, 성과 연동형 장기 인센티브 규모 조정 등으로 올해 3분기 인건비가 2분기보다 8% 감소했고 마케팅비도 게임 전반적으로 효율적인 집행이 이뤄지면서 2분기보다 35% 감소했다.
펄어비스의 실적 증가도 눈에 띈다. 펄어비스는 올해 3분기 매출 973억 원, 영업이익 120억 원을 거두며 1년 전보다 매출은 0.9%, 영업이익은 17.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분기에 지급한 임직원 스톡 그랜트(자사주 프로그램) 등 일회성 비용이 제거되며 흑자전환했다.
반면 고전한 게임사들도 여럿 있다.
넷마블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올해 3분기 매출은 694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지만 영업손실 380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당기순손실은 2775억 원이다.
이로써 넷마블은 세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이라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넷마블의 실적에는 자체 지식재산 게임의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넷마블은 퍼블리싱에 집중해왔지만 올해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비롯해 자체 지식재산 게임을 출시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차입금 관련 환산 손실과 인건비·마케팅비 상승, 신작 출시 지연 등이 겹치며 악영향을 받았다.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크래프톤은 3분기 매출 4338억 원, 영업이익 140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28.2% 감소했다. 대표 지식재산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올해 7월 인도에서 서비스 중단 조치를 받은 게 실적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영향으로 모바일 부문 매출이 26%가량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437억 원을 거두며 지난해 3분기보다 2% 늘었지만 매출은 3069억 원으로 34%가 줄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매출이 1970억 원을 기록하며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2%나 쪼그라들었다. 일매출 15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던 신작 '우마무스메:프리티 더비'의 운영 문제 논란 등에 발목이 잡혔다.
컴투스그룹은 역대급 매출에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64.7% 증가한 1862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87.7%나 줄어든 16억 원에 머물렀다.
특히 컴투스그룹 지주사인 컴투스홀딩스는 3분기에도 영업손실 6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에 비해 30% 줄어든 322억 원을 기록했다.
게임사들은 신작으로 4분기부터 성장세를 이어가거나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넥슨은 '카트라이더:드리프트', '프로젝트AK', '프로젝트DX' 등을 준비 중이며, 엔씨소프트는 'TL(쓰론 앤드 리버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넷마블은 '샬롯의 테이블', '킹 오브 파이터 아레나', '파라곤', '모두의 마블:메타월드' 등 쟁쟁한 신작으로 반등을 노린다.
크래프톤은 PC·콘솔용으로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카카오게임즈는 '디스테라'와 '에버소울'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컴투스그룹은 '이터널 삼국지',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 오브 제노니아' 등 5종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게임업계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인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인건비 감축과 비핵심 사업 정리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호황기에 게임업계는 앞다퉈 개발자 연봉 인상과 사업 확대 등을 실시했는데 이제 비용 지출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력이 낮은 비게임 사업, 실적이 저조한 게임 프로젝트도 내려놓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는 자회사 클렙이 운영하던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 약 2년 만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매각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는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엘리온'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2020년 12월 출시된 엘리온은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대작 게임으로 주목받았지만 발매 이후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며 2년여 만에 사라지게 됐다.
넷마블도 최근 개발 중이던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BTS 드림:타이니탄 하우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내부 테스트와 시장 반응을 종합한 결과 흥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게임사들이 인건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23년도 관련 채용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이 11월23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위메이드 등 6개 게임사의 연간 인건비 증가율이 2020년 26.7%에서 2021년 20.3%, 2022년 16.7%로 낮아졌다. 2023년에는 5.9%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