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은 머지포인트 사태로 소비자와 가맹점에 1천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히고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사기, 횡령 등)로 기소된 머지플러스 권남희 대표와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각각 징역 4년과 8년을 선고했다. 추징액은 60억 원. |
[비즈니스포스트] 한 모바일 상품권에 대한 대규모 환불 사태가 지난해 8월 발생했다.
'머지포인트'라는 모바일 상품권 수십만원~수백만원 어치를 할인구매했던 소비자 수백명이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사무실을 점거하고 즉시환불을 요구하는 등 큰 소동이 났다.
발단은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했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는 매체 보도에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상품권 발행 중단을 요구했다. 머지플러스는 신규 판매중단과 함께 이미 발행한 상품권의 사용처를 축소하는 조치를 했다.
그러자 머지포인트 잔액을 보유중이던 소비자들은 환불을 요구했다. 이른바 '머지런'으로 불린 대규모 환불대란이 터진 것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머지런 상황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가맹점에 몰려가 머지포인트 소진하기 시작했다.
머지플러스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환불 요구는 물론 가맹점에 대한 상품대금 정산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돌려막기식’ 사업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이면에는 횡령과 배임을 통한 회사 자금 빼돌리기가 자행되고 있었다.
10일 법원은 머지포인트 사태로 소비자와 가맹점에 1천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히고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사기, 횡령 등)로 기소된 머지플러스 권남희 대표와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각각 징역 4년과 8년을 선고했다. 추징액은 60억 원.
판결 내용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권씨 남매가 금융당국을 속이고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기 위해 재무제표 세탁을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권씨 남매가 애초에 설립해서 운영한 회사 이름은 머지홀딩스였다.
20%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는 모바일상품권 사업으로 이들은 고객을 확보했다.
예컨대 소비자에게 1만 원 사용가치를 가진 머지포인트(예컨대 1만 포인트)를 8천 원에 판매했다. 소비자들이 마트나 베이커리, 카페 등 가맹점에서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면 20% 할인혜택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가맹점에는 머지홀딩스가 정상가격대로 정산을 해줘야 한다. 따라서 할인차액 20%가 고스란히 회사 손실로 잡히는 구조였다.
회사 운영에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영업비용이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돌려막기 구조 덕분이었다. 앞사람의 상품 구매대금을 뒷사람에게 받은 돈으로 메워넣은 식이었다.
회사는 이렇게 해서 고객기반을 크게 확대하고 카드사 등 제도권 금융사와 영업제휴를 맺어 부가수익을 창출하면 흑자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2019년 머지홀딩스는 당기순손실을 내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다. 2020년 들어서도 손실액이 매달 커져갔다.
이 와중에 권씨 남매는 전자금융업 등록없이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 위법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려면 자본구조가 건전해야 하고 부채비율도 낮아야한다. 머지홀딩스의 현재 자본구조로는 등록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대주주 등이 추가출자를 해서 자본을 보강하는 게 정상적인 방법이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들은 사실상의 회사 바꿔치기를 통한 재무제표 세탁이라는 기발한 수법을 추진한다.
권씨 남매는 지배하고 있던 다른 회사 머지오피스로 하여금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게 한다. 그리고 이 회사채를 머지홀딩스가 인수한다. 머지홀딩스가 보유중인 고객 상품대금 정산용 자금을 유용한 것이다. 이게 2020년 중 일어난 일이다.
머지오피스는 전환사채 발행대금을 권씨 남매에게 대여한다. 남매는 이 자금을 출자해서 머지플러스라는 회사를 2020년 중 설립한다. 머지플러스는 다음해인 2021년 초 머지홀딩스로부터 머지포인트 사업 일체를 양수한다.
그리고 머지포인트 사업을 품은 신규법인 머지플러스는 2020년말 기준의 재무제표를 활용해서 금융당국에 전자금융업 등록을 시도한다.
머지홀딩스는 2020년 중에도 적자가 계속 누적돼 연말 결산으로 2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누적결손금은 321억 원이고 자본총계는 -318억 원이다.
반면 머지플러스는 2020년 중에 출자받아 신규설립됐고 2021년 초에 머지포인트 사업을 양도받아 영업활동을 했기 때문에 2020년 말 기준 자본과 재무구조는 양호했다.
물론 머지플러스도 사업 양수 뒤인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34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297억 원)에 빠진다.
하지만 2021년 중 금융당국에 전자금융업 등록을 시도할 때는 전년도인 2020년 말 기준의 양호한 재무구조를 들이댄 것이다.
금융당국은 머지플러스가 계열회사인 머지홀딩스로부터 사업을 양도받은 것을 파악하고 머지홀딩스 및 머지오피스 등의 재무제표 제출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권씨 남매는 이를 회피했다.
새로 만든 회사를 활용해서 재무제표를 세탁해 전자금융업 등록을 추진했던 권씨 남매의 꼼수는 결국 실패하고 환불대란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2021년초 당시의 머지홀딩스로부터 빼낸 자금으로 머지플러스의 유상증자(30억 원) 참여했다. 그리고 기업가치 1450억 원을 인정받았다며 대외에 알리는 등 시장을 속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심 재판부가 밝힌 권씨 남매의 회사자금 횡령액은 총 67억 원에 이른다. 권씨 일가의 신용카드 대금이나 람보르기니 등 고급 외제차 리스료 등에 사용됐다.
2년간 권씨 일가 생활비로 8억 원, 지인 3명의 1년4개월간 생활비로도 6억 원 가량을 썼다. 그 외 주식투자금과 교회 기부금 및 목사 대여금 등으로도 회사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씨 남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반면 검찰은 권보군 씨를 증거위조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씨는 머지포인트 피해 자금 6억여 원을 지인 A와 B의 자녀 유학비와 보증금 등 개인 용도로 쓰기 위해 횡령했다.
권 씨는 머지포인트 사태 수사가 시작되자 횡령한 금액을 A 씨와 B 씨에게 빌려준 금액으로 속이기 위해 두 사람에게 허위로 차용증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씨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