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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기술만큼 공정(工程)도 강한 삼성전자, 완성은 로봇에 달렸다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2-10-2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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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전자를 두고 흔히 ‘기술’의 삼성이라고들 하는데 산업계에서는 ‘공정’이야말로 삼성전자의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수율을 확보하는 분야에서 다른 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이다.

2022년 6월에는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면서 또 다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증명해냈다.

이러한 경쟁력이 그동안은 사람으로부터 나왔는데 앞으로는 달라질 수도 있다. 저출산과 고임금으로 점차 인재를 선발, 육성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인력 교육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이것이 국가 교육정책에 좌우돼 불안정을 낳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미 국내 반도체 업계가 연간 3천 명 가량의 인력부족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보안이 핵심인 분야인 만큼 외국인노동자를 활용하기 어렵고 해외이전에도 장애물이 많아 여러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부터는 무인 반도체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2022년 공정 무인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인화에는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지만 일단 인간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나면 인력문제에서 어느정도 해방될 수 있다.

인간에 의한 유기오염을 통제하기 쉬워지고 역으로 반도체 공정이 만들어내는 온갖 유독물질에 인간 노동자를 노출시킬 필요도 줄어든다.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삼성전자의 고민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로봇을 어떻게 수급할 지가 될 것이다.

현재 산업용 로봇분야는 일본 업체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화낙, 키엔스, SMC, 레이저텍과 같은 일본 기업들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4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화낙은 세계 산업용 로봇의 21%를 차지했으며 명령을 입력해 제품을 만드는 수치제어공작기계은 60%를 점유했다.

특히 스마트폰같이 더 섬세한 분야일 수록 화낙의 수치제어공작기계가 많이 쓰인다. 첨단분야에서 화낙의 점유율은 80%까지 치솟는다.

이미 애플과 폭스콘, 테슬라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 모두 화낙의 산업용 로봇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이나 화낙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6년 화낙으로부터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에 공작기계 수치제어장치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19년에는 일본의 무역제재를 겪으면서 핵심 부품과 기술을 한 곳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체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큰 비용이 들더라도 로봇 분야를 내재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 3월 주총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사업이다.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 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휴림로봇 등 국내 로봇기업들을 인수해 업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침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 유망기업들을 사들이기 위한 인수자금으로 약 100조 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인수 노력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기업 안팎에서 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부회장은 2022년 1월 미국 CES 현장에서 "조만간 의미 있는 빅딜 소식을 기대해도 좋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일단 산업용 로봇시장에 뛰어든다면 삼성전자 자체 수요는 물론 풍부한 한국 내수시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로봇시장은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가 932대에 이르는 큰 시장이다. 2020년 기준 시장규모 5조5천억 원으로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정부의 도움도 바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2021년 12월 국내 로봇기업 현대로보틱스를 방문해 “우리나라도 로봇 산업을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만 맡길게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원에 의지를 보였다.

공정의 삼성전자가 로봇사업까지 쥐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로봇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삼성전자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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