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외국인투자자가 10월 들어 SK하이닉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 주 들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 주식을 월등히 많이 담았다.
▲ 10월 들어 외국인투자자가 SK하이닉스 주식을 집중 순매수하고 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주가가 크게 내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비교해 반도체사업 비중이 높은 점 등이 외국인 집중 매수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이번 한 주 동안 4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1일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 주식을 3048억 원어치(장 마감 뒤 시간외거래 미포함)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 9100억 원의 3분의 1에 이른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투자자가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를 많이 담았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역시 매일 담았지만 순매수 규모는 1천억 원에 그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도 이번 주 들어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13일 기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각각 50.72%와 49.51%로 차이가 1.21%포인트로 확대됐다.
그동안 외국인 보유 비중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높게 유지된 것이 보통이었다.
SK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삼성전자와 외국인 보유 지분 역전이 일어났던 적은 2015년 4월~7월과 2016년 8월~2017년 5월 등 두 차례에 그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외국인이 지속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던지면서 7월 말 SK하이닉스와 외국인 보유 비중이 역전됐다. 역전 이후 대부분 0.5%포인트 내외에 머물던 차이도 이번 주 들어 처음으로 1% 이상으로 벌어졌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 역시 상대적으로 단단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4.71%와 0.1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0.91% 내렸다.
10월 상승률을 보면 SK하이닉스 주가가 14.92%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6.03%, 코스피지수는 2.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9월28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9월30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담고 있다.
외국인이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를 지속해서 순매수하는 데는 반도체산업 경쟁국으로 여겨지는 대만보다 불확실성이 적은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내놓은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수 이유’ 리포트에서 “한국보다 대만 IT업황 사이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상대적으로 커진 점이 외국인의 국내 전기·전자업종의 매수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바라봤다.
그는 “반도체업황 악화라는 공통 분모에도 미국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악화하고 있는 양안 관계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 악영향이 한국보다 대만 IT업황에 더 큰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이유로 삼성전자가 아닌 SK하이닉스에 좀 더 많은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가전과 스마트폰사업을 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반도체사업을 통해 매출의 100%를 올리고 있다.
TSMC로 대표되는 대만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더 고스란히 수혜를 반영할 수 있어 매력적 투자 대안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을 하는 DS부문의 매출 비중이 상반기 기준 전체의 36%에 그친다. 높은 수익성으로 반도체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크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가전이나 스마트폰, 패널 등 다른 IT산업 수요나 사업부문 실적에도 주가가 큰 영향을 받는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에도 한동안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가 더해지면 지금의 코스피 수준이 외국인에게 더욱 싸게 평가되며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현재 원/달러 환율을 감안한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는 1715포인트까지 내려갔다”며 “낙폭 과대 관점에서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 있는 주가 수준이다”고 바라봤다.
박상현 연구원도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는 환율 영향으로 지난해 7월 초 전고점 대비 48% 급락했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지금의 달러 환산 코스피지수는 가격 메리트를 촉발할 수 있는 지수대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 바라보는 SK하이닉스 주가 전망도 나쁘지 않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 ‘매수(BUY)’, 목표주가 13만 원을 유지했다.
박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실적보다 항상 주가가 앞서 움직였다”며 “2023년 하반기 반도체업황 반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실적 부진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바라봤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0.63%(600원) 오른 9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0월 들어 11일 하루 빼고 매일 올랐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