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에 뛰어든 지놈앤컴퍼니가 생산시설 확충을 마무리하기도 전부터 일감 찾기에 나선다.
미국의 바이오산업 자급정책 등으로 시장 환경이 변화하는 데 발맞춰 개화하는 CDMO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 지놈앤컴퍼니가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리스트바이오와 함께 위탁생산 수주 영업에 나선다. |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지놈앤컴퍼니 CDMO 자회사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리스트바이오)는 10월24~27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바이오-유럽’ 행사에 지놈앤컴퍼니와 함께 참가한다.
바이오-유럽은 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박람회다. 올해 행사에는 글로벌 경영진 4천여 명이 모여 2만7천 건에 이르는 1대1 미팅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연세대, 고려대 등 다양한 산·학·연이 참가업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29일 열린 서울 바이오·의료 국제 컨퍼런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바이오-유럽 참가에 대해 “영업활동을 위해서다”며 “(리스트바이오 공장 완공 전) 선수주에 나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리스트바이오는 지난해 설립돼 미국 인디애나주 피셔스시에서 약 1만2천 ㎡ 규모 마이크로바이옴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먼저 생산능력 8천 ℓ(리터) 규모로 지어지고 나중에 1만 ℓ(리터)가 더 추가될 것으로 예정됐다.
공장 완공은 2023년, 본격적인 가동은 2024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가 이보다 앞서 수주 영업을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마이크로바이옴 CDMO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 유전체의 결합을 말한다. 최근에는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질병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임상과 관련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CDMO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조만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허가가 이뤄져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CDMO 수요는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현재 미국 세레스테라퓨틱스와 스위스 페링파마슈티컬스가 장 질환인 디피실감염증 치료제 상용화에 가까이 다가선 것으로 파악된다.
리스트바이오가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에 있다는 점도 CDMO 사업 기회를 넓혀줄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바이오산업의 생산을 내재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자국에서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억 달러에 이르는 규모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억 달러라는 액수 자체는 그동안 반도체산업 등에 투입된 정부 지원과 비교해 큰 액수는 아니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미국의 첨단산업 자급 의지 자체가 중요하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의약품이 인센티브(장려금) 등 혜택을 받게 될 경우 그렇지 않은 제품과 비교해 장기적으로 현지시장 진출에 유리한 입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미국의 바이오 행정명령으로 여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회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자체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독일 머크·화이자, 미국 MSD 등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001'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