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시민들이 9월29일(현지시각) 런던의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옆을 걸어서 지나가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기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파운드화가 급락하자 영란은행은 650억 파운드 규모의 채권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EPA/연합뉴스 > |
[비즈니스포스트] 역사의 시간은 균등하지 않아서 모든 24시간이 같은 길이를 가진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수십년에 해당하며, 어떤 다른 날들은 어제의 연속일 뿐이기도 하다.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세계가 몸을 뒤트는 때가 있는데, 그것이 이른바 역사가 뒤틀리는 시간, 즉 전환(transformation)의 시기다.
이 순간들에는 너무 거대한 사건들이 잇따라, 혹은 동시에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 사건들은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고 기존의 틀에서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례적’이며 심지어는 그 엄청난 사건들조차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고 있기 때문에, 실은 이미 세계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이례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직도 ‘구세계’에 머물러 있는 사고는 여전히 사건들에 대해 골머리를 앓으며, 시시각각으로 그 해석을 수정한다. 여태껏 세 번쯤 글을 썼다 엎었다. 아마도 이 글도 쓰자마자 곧장 고쳐쓰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가락 빨면서 멀뚱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으니, 일단 기록은 남겨야 한다. 잘 모르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컨대, 2007년 8월9일처럼(그날 리보금리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유로달러 시스템-이 붕괴했다. 그 의미를 깨닫게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고,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 며칠 동안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영국 금융시장의 ‘패닉’이었다. 실은 그에 못지 않은 중요한 사건들이 지난 한달 내내 터져나왔다.
일단 가까운 얘기부터 하자. 표면상, 발단은 새로 들어선 리즈 트러스 영국 정부의 재무장관인 쿼지 콰텡이 발표한 ‘경제 대책’이었다. 몇가지 자잘구레한 것들을 제쳐놓으면, 핵심은 부자들에 대한 약 450억 파운드의 감세안이었다.
그리고 외환시장(파운드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27일 하룻 동안에 거의 8%가 절하되었다(유로/달러 환율이 1.09에서 순간적으로 1.00까지 떨어졌다. 이른바 flash crash).
국채 수익률(금리)도 급등했다. 일단은 수긍이 간다. 내년 상반기에 인플레이션률이 1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은(그것도 경기에는 별 소용도 없는 부유층에 대한 감세가 주종) 인플레를 부추기는 정책이라고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단 국채 수익률이 뛴다. 그리고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했다.
여기서 의문.
1. 인플레율이 예상보다 더 높게 상승하면, 영란은행은 애초 예측치보다 더 높게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국과 (명목)금리차가 줄어들기 때문에(걸핏하면 등장하는 ‘금리 차이’-특히 한국 원화 환율이나, 일본 엔화 환율을 설명할 때 단골손님이다), 파운드화는 절상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실질 실효 환율’(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양국 금리차 기반 환율)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 한창 마이너스금리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너무 조작적 개념인 데다, 후행적인 관찰이라 그다지 도움은 안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명목 금리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듯(아르헨티나는 금리가 무려 60%에 달한다),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한다고 해서 원화가 강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매우 안 좋은 사인일 수 있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추종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 더 심각한 문제는 영국 금융시장(런던)의 은행간 금리(GBP libor;british pound sterling libor-영국 민간은행들 사이에 거래되는 무신용 차입 금리)의 변동이었다. overnight 금리(일일물 금리)는 23일의 2.22%에서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인 26일에는 2.87%로 뛰었다. 12개월물은 3.64%에서 4.68%로 상승했다.
서구 경제언론들은 영국 국채 수익률 변동을 주로 다루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은행간 금리도 큰 변동이 있었다. 그리고 연기금 펀드들이 주로 위기의 대상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은행간 금리 변동폭이 컸다는 것은 은행들도 마찬가지로 폭풍 속에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슨 폭풍? 은행 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가 현저하다는 뜻이다.
즉, 은행들끼리 서로 현금 거래를 하면서 ‘이 은행은 위험해서 못 믿겠다’는 인식이 강력하게 생겨났다는 뜻이다. 이 ‘위험’의 값이 금리로 표현된다. 그래서 위험한 은행이 다른 은행에게서 돈을 빌릴 때는 비싼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GBP libor는 평균 금리(가중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느 한 두 은행이 아주 비싼 이자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럽에서 거론되는 ‘위험’ 은행들은 이탈리아의 은행들을 제외하면 날이면 날마다 등장하는 도이치뱅크와 크레딧 스위스 은행이 있다. 특히 크레딧 스위스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지목된다. 시가 총액이 100억 달러(한화 10조원)도 안 된다(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가가 95% 하락했다). 크레딧 스위스 은행 주가는 날마다 체크해 볼 필요가 있을 정도다.
3. 그렇지만 위기의 진원지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그렇지만 일단 은행들에게 불똥이 튄 다음에는 중앙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금융 위기 이후 이제까지의 금융 기관들의 행보를 보면 펀드(연기금)들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연기금, 보험회사가 위기에 몰리게 된 원인은 역설적으로 양적완화(QE)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호주중앙은행은 리포트에서 QE(양적완화)로 인한 인위적 저금리 때문에 연기금과 보험회사들이 수익률을 맞추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기금 보험은 장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데다가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데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약정 이윤율을 맞추기에는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같은 약정 이윤율(지급 예정에 맞춰 그 기간 동안 연기금 보험사가 내야만 하는 수익률)을 hurdle rate라고 하는데, 대략 6% 선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의 장기국채 금리는 고작해야 2~3%에 불과했고, 유로존은 그나마도 아예 마이너스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 보험사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와 같은 오묘한 상품에 투자하거나 레버리지를 높이는 전략을 수행하거나,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아예 주식시장에 집중 투자는 전략을 취해왔다.
금융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이같은 전략이 효과적이지만, 일단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기존 포지션은 모두 위험에 노출되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세계 최대 국부펀드)는 지난 2분기 손실이 무려 15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블룸버그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연기금들이 마진콜에 몰려, 추가 담보 설정 요구에 직면해 ‘급매’에 나섰기 때문에 영란은행이 긴급 QE를 발표했다는 부분이다. 이게 기묘한 것이 연기금 보험사는 내부 투자규정이 매우 엄격해서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보유현금으로만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볼지언정 마진콜에 몰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이들이 마진콜에 몰렸다는 것은 레버리지를 사용했거나, 혹은 해외투자(이 경우 영국에 투자)를 하면서 맺은 FX swap 계약이 파운드화 폭락으로 추가 담보 설정 요구에 직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만일 정말로 연기금 보험사가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면, 영란은행이 고작 650억 달러 규모의 QE(그것도 만기 20년 이상의 장기 국채만 대상)를 하는 것으로는(시한도 10월 14일까지만이다) 어림도 없다. 기껏해야 얼마간 시간을 버는 정도일 뿐이다.
4. 이른바 ‘전염’(contagion)이 얼마나 진행되는가가 향후 금융시장 위기를 점쳐보는 핵심적 잣대다. 30일 CNBC에 출연한 래리 써머즈(요즘 가장 잘 나가는 이론가이시다. 클린턴 재무장관 시절 재무장관. 아시아 금융위기의 주역이기도 하다)는 금융 시장을 우려하면서도 아직은 영국만으로 한정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절반만 사실이다.
위의 차트는 미국의 일반담보시장(general collateral market)의 금리와 연준기준금리(federal fund rate; FFR) 사이의 금리차를 나타낸 것이다.
원래 연준 이론대로라면 GC rate가 FFR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이후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GC rate는 FFR을 하회했으며, 특히 이번 금리 인상 싸이클에서는 평균적으로 약 2.5bps가량 낮았다(이는 투자자들이 현금을 선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GC 마켓은 문자 그대로 화폐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그런데 지난주 중반부터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파운드화 폭락이나 영국 국채 금리 급등은 지난 26일부터지만, 미국 GC rate는 이미 22일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거래일 기준 이틀 빨랐다).
GC rate와 FFR 사이의 스프레드 확대(마이너스)는 (1) 투자자들의 현금 선호 (2) 달러화 숏 포지션 규모가 매우 큰 상태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로 투자자들이 빌려간 미 국채를 반환하지 못하는 상태 (4) 분기말 은행들의 재무제표 조정 중의 하나이거나 혹은 복합이라는 뜻이다.
영국 금융시장에서 북새통을 고려하면, 아마도 위의 네 가지 모두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즉, (단지 연기금만이 아니라) 시장에 암암리에 달러화 강세로 인한 리스크들이 심화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 경색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의 방향은 GC rate 선물 움직임만으로도 대충 판단이 가능하기는 하다.
이전 기사에서 GC rate 선물을 보고 9월 하순부터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라고 예측했었는데 거의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전 패턴으로 봤을 때, 10월 중순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었다).
누군가 먼저 건드렸고, 영란은행이 먼저 대응했다. 그러나 10월14일까지로 QE 기간을 한정한 것은 같은달 15일 이후에는 여전히 커다란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과거-2015년-에는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이번에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재개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벤트’들을 빌미로 인플레이션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는 미지수다(시장이 중앙은행보다 먼저 움직이며, 중앙은행은 그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만일 중앙은행이 금융시장과 엇갈리게 간다면, (그 때는 전시경제와 같이 시장 자체를 말살하는 국가적/글로벌 권력이 동원되는 때거나, 혹은 아예 금융 위기가 발생하는 시기다) 어느 쪽이든 금융 시장에게는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5. 영란은행이 금리 인상과 QE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익살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중앙은행들이 주장해왔던 QE의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 디플레이션 퇴치를 위해 QE를 한다고 주장했다).
영란은행의 이번 행동이 보여주듯이 QE는 인플레이션을 위한 것이 아니다(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진다. 어떤 조건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고정된 이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마치 ‘법칙’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학자적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다).
QE는 일차적으로 금융기관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하는 정책이다(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 이전까지는 은행 안정화). 부실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연준이 은행들과 맺은 국채 스왑 계약이 QE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money printing이 아니다(헬리콥터 머니는 더욱 아니다).
다만 연준은 이처럼 은행들에게 현금(reserve)를 부어주면 은행들이 대출을 늘려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윤’이 생길 전망이 있어야 대출을 해준다.
연준이 넣어준 그 막대한 돈들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만 맴돈 것은 현실 경제에서는 이윤이 창출될 전망이 훨씬 적다는 것을 은행들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신에 QE는 전혀 다른 효과를 낳았다. 금융 시장내에서는 돈이 풍부하다.
동시에 연준은 시장에서 국채를 회수해갔다. 그러면 자연히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국채 가격이 상승한다(국채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 따라서 국채 금리가 낮아진다.
여태껏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QE가 장기 국채 금리(10년물)에 미치는 영향이 약 140bps-200bps(1%는 100bps) 정도라고 추정해왔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사태를 보면, 아마도 그보다 훨씬 더 컸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지난 2008년 이후 지금까지의 누적 QE로 인한 장기 국채 금리 인하 효과가 300bps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장기 국채 금리는 credit의 기준이다. 장기 국채 금리가 낮으면 그만큼 대출도 증가하며, 특히 부동산 경기는 활발해진다.
그러면 경기가 좋아지고 인플레이션률이 높아졌어야 하지 않을까? 그전에 전제가 있다. credit이 ‘현실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부실 크레딧으로 인한 투자들을 정리해야만 한다.
이른바 ‘창조적 파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기존의 부실 투자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현실 경제는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는다. 그냥저냥 연명만 할 뿐이다. 이를 이른바 ‘zombie compan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글로벌 주요 국가의 zombie company 비율. 국제결제은행(BIS) 2022년 1월 working paper. |
Zombie company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여기서는 지난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며, Tobin's Q가 업종 중앙값을 상회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당장 오늘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업들이다.
이른바 글로벌라이제이션 이후 선진국의 zombie company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에는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이며 앵글로-색슨 경제모델을 가진 국가들에서 유독 높다.
캐나다는 전체 기업 가운데 25%가 zombie company다. 호주는 25%, 영국은 23%에 이르며, 미국도 17%에 달한다. 어떻게 이윤으로 이자도 못갚는 기업들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으며, 그 숫자도 점점 늘어갈까? 금리가 낮으면, 지나치게 낮으면 가능하다.
세상에서 가장 부실한 정부의 부채(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라면 기업들이 아무리 부실해도 망할 리가 없다(오직 끊임없는 구제금융이 있을 뿐이다. 대우조선해양을 보라).
게다가 중앙은행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whatever it takes)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킨다는 데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 결과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하나는 기존 산업분야에서는 거의 신규 투자가 발생하지 않는 대신, 어쨌든 경제 구성체 자체로서는 어디선가 ‘성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한다(그리고 그나마 이윤율을 얻기 위해 이 새로운 섹터에 막대한 자본이 몰려든다. 버블이 여기서 형성된다). IT, 재생에너지, Green, 공유경제 등등. 모두 동일한 체제 압력(이윤율 하락 압력)의 산물들이다.
또 다른 현상은 zombie company의 증가다. 사회 전체에서 이윤율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이는 곧 생산성이 장기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산업자본과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
그 결과 글로벌 체제 전체가 ‘과잉 생산’ 상태가 이뤄진다. 폐기되어야할 기업들이 죽은 자본인채로 살아서 숨만 쉬고 있으면 해외에서도 자국 내에서도 생산이 지속되고 경쟁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에 상품은 쏟아진다.
죽은 기업이 매장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도 고용은 유지되고(대신 임금 상승은 없다), 따라서 소비도 인구증가분 만큼은(또는 노동시장 신규 진입분 만큼은) 증가한다.
그러므로 ‘인구’가 정말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된다.
국내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해외에서 수입해와야 하며, 더 좋은 것은 해외의 어딘가에서 ‘파탄’이 나서 그 인구들이 자발적으로 들어오려고 아우성을 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유럽의 중동 아프리카 정책은 이같은 자본주의적 막다른 골목을 타파하기 위한 인구 정책이다. 여기에 그럴듯하게 ‘인권’을 붙이면 모두가 좋아한다).
이게 너무 심해지면 영국처럼 노동자들이 체제 탈출-brexit-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부 개발도상국은 발전해서 선진국과 경쟁하며 상품을 쏟아내고 선진국은 자국 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상품을 쏟아내며, 더 나아가 금융시장에서 아무도 망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초과 저금리를 유도하면, 소비에 비해 상품이 더 많은 상태가 존속된다.
이것이 지난 40여 년간의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원인이며 지금의 사건들은 이 모순이 드디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zombie company들이 드디어 망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상품의 과잉생산이 드디어 역전된다는 것이다.
상품 공급이 수요에 비해 적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만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정말로 금리를 인상하기로 작심했다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소위 ‘적정 금리’(R star라고 불리는 것)는 당초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계산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며, 심지어는 ‘하이퍼’ 소리가 나올 정도로 높아질 수도 있다.
만일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소비’를 위축시키고자 한다면, 그 때는 소비 감소와 생산 축소가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말한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는 zombie들이 드디어 죽을 때가 되었다는 자백이지만, 만일 그 과정에서 사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 때는 좀비들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들이 기요틴을 몰고 나타날지도 모른다.
여기서 두 가지 가능성이 나타난다.
하나는 국내적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것, 다른 하나는 해외에 있는 살아있는 기업들을 파괴하는 것. 두 가지 경로 모두 ‘전쟁’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전쟁만이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핵무기의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가 확실한 상황 하에서는 저강도 전쟁과 저강도 전시경제가 병행되는 것이 가장 저항이 적은 경로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적 저항이 너무 커진다면, 혹은 지난 40여 년간의 체제에서 누적된 ‘죽은 자본’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크다면, 그 때는 저강도 M.A.D.와 고강도 전시경제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란 말인가. 이공순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