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산이 방산사업부 물적분할을 두고 주주들과 의견대립을 벌이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풍산이 핵심 사업부문인 방산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두고 주주들과 의견대립을 벌이고 있다.
풍산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어 물적분할까지 가는 길이 험난해 보인다.
15일 풍산 주가는 2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물적분할 공시가 나온 7일 시초가와 비교해 10.43%(3250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26% 올랐다.
풍산 주가는 물적분할 공시 다음날인 8일 6.40% 급락하기도 했다.
물적분할은 일반적으로 기업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핵심사업 부문이 분할된 뒤 별도의 회사로 상장하면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LG화학은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날에만 주가가 전날보다 8.13% 빠졌다.
풍산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을 막기 위해 단체행동도 시작했다.
풍산 일부 소액주주들은 14일 풍산의 인적분할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물적분할반대주주연합’을 발족했다.
기업분할 방식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뉜다.
인적분할은 존속법인 주주가 각자 주식 보유수에 따라 새로 설립한 자회사의 지분을 직접 나눠 갖지만 물적분할은 기존 법인이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 기존 주주들은 신설 자회사의 지분을 한 다리 건너 보유하게 된다.
소액주주들이 현재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물적분할된 풍산디펜스의 상장 여부다.
핵심 사업부문인 방산사업부가 따로 상장하면 풍산의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 있는데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이런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풍산은 “방산부문 신설회사는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겠다”며 “상장을 추진할 때 존속회사의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업정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주들은 여전히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며 방산산업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풍산이 추가 투자유치를 위해 풍산디펜스를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적분할반대주주연합은 “주주제안을 통해 인적분할을 임시주총 안건으로 올리겠다”며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물적분할에 대한 의견만 밝히라고 하면 포스코 사태처럼 찬성할지 모르지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분명히 인적분할을 고를 것이다”고 말했다.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올해 1월 포스코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물적분할반대주주연합은 인적분할을 주총 안건으로 올리기 위한 주주제안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모으기 작업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제안권은 3% 이상 지분을 보유하거나 6개월 이상 계속 보유한 지분이 0.5% 이상일 때 행사할 수 있다.
풍산은 2분기 말 기준 풍산홀딩스가 지분 38%를 들고 있고 국민연금공단이 8.16%를 들고 있어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면 국민연금의 동의가 중요하다.
물적분할은 금융당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주제다.
기업들이 핵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지속되자 금융위원회는 4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일반주주가 물적분할 이전 주가로 주식을 기업에 매각할 수 있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부여받는 게 핵심내용인데 이번 주주 보호방안은 2023년부터 적용된다.
풍산은 금융당국의 발표가 나오고 3일 뒤인 7일 물적분할을 발표하고 올해 안에 물적분할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 주주 보호방안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풍산은 이번 물적분할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물적분할의 경우 존속법인인 풍산이 신설 자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자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해 주주가치 희석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물적분할이 풍산의 단기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업분할로 인한 현시점에서의 기업가치 변화는 없다”며 “신동사업과 방산사업의 독립 경영을 통한 효율과 성장,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물적분할 자체는 기업가치에 중립적이다”며 “풍산이 성장 투자가 부족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물적분할을 통해 성장 투자를 하겠다는 점은 공감되고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풍산은 7일 공시를 통해 방산사업부문을 맡는 ‘풍산디펜스’를 새로 설립하고 풍산은 존속 법인으로 상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존속법인 풍산은 방산사업을 떼어낸 뒤 동과 동합금소재, 가공품의 제조판매업에 집중한다.
풍산은 “그동안 1사 2사업부 체제에 한계가 있었다”며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한 대응을 위해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와 고도화를 위한 물적분할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는 10월31일 열린다. 분할기일은 12월1일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