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출산율 저하에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여러 사회적 요인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수준까지 하락한 데 주거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여러 사회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등 성공 기회 박탈과 삶의 질 하락, 젠더 갈등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청년 인구의 결혼과 출산 욕구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14일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여러 커플에게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한국의 출산율을 세계 최저치로 끌어내리고 말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한국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던 것으로 집계되자 한국 정부가 뒤늦게 지원금 등 출산 장려 대책을 확대하고 있는 등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출산 장려금 확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었다며 한국 정부도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육아에 필요한 중장기 비용 대비 정부의 출산 장려금이 기여하는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OECD와 일본, 한국 등 다양한 기관의 조사 자료를 종합적으로 집계해 파악하며 한국이 출산율 저하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우선 한국에서 아이 한 명을 교육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6년치 평균 연봉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조사 대상 국가들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만에서 약 5년치 평균 연봉이 교육비로 드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들의 교육비 부담은 모두 평균 연봉 4년 수준이나 그 미만에 그쳤다.
사교육비가 전체 교육비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집값 상승과 출산율 변동 그래프도 뚜렷한 반비례 관계를 나타내고 있어 주거비 부담이 출산율 저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사실상 증명됐다.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실패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집값 폭등으로 이어져 출산율 하락을 부추겼다며 특히 서울 집값 상승폭이 매우 크다는 데 주목했다.
다만 이런 경제적 요인 이외에 다양한 사회적 요인도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평균적으로 아이를 가장 많이 출산하는 25~39세 사이 여성의 고용 감소율이 한국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통계자료가 근거로 제시됐다.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은 약 12%의 고용 감소율을 기록했고 일본은 8%, 호주는 2%, 미국은 1% 수준에 그쳤다. 다른 국가들의 해당 연령대 여성 고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에서 여성의 가사노동 분담 시간이 OECD 국가들 가운데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과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블룸버그는 직장에서 차별이나 보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한국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꺼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기혼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업종과 직종에 큰 제약이 있다는 점도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으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더 나아가 한국에서 젠더 갈등을 체감하는 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시장 조사기관 입소스의 데이터도 제시했다.
한국에서 약 80%에 이르는 응답자가 성차별과 사회적 성역할 고정관념 등 젠더 갈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63%, 미국에서는 53%, 일본에서는33%의 응답자만이 이런 대답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한국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 시달리는 반면 남성들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오랜 의무 군복무 기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분석했다.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로 아이를 낳는 것을 기쁜 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도 한국 출산율 하락의 배경으로 꼽혔다.
출산이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고 경제적 성공의 기회을 박탈한다는 응답을 내놓은 비중은 여러 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국가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 한국 출산율 회복에 중요하다”며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 것보다 성평등 개선 등에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