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며 국민의힘이 지속적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로서 민생을 강조하는 모습을 부각해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표는 13일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정치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일을 대신하는 일꾼이어야 한다”며 “정쟁보다는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좋게 만드는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15일 전북을 시작으로 매주 한 차례 민생 현장에서 당 최고위원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검찰에 기소된 뒤 수사 대응에 관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각종 정치 현안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비공개 당직자 회의가 끝난 뒤 ‘검찰 기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변호인 선임을 했는지’ 등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으며 말을 아꼈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가 직접 소집한 비공개 회의에서 강조된 것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정치보복에 집중하더라도 우리는 민생회복을 위한 현장 행보를 이어가자고 결의를 다졌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기소된 날에도 자신의 SNS에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 민생에 주력하겠다”며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거듭 요청했다. 11일 북한의 핵 법제화에 발표가 있은 뒤에도 “안보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월 30만 원 수준의 기초연금을 월 40만 원으로 인상하자는 뜻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배치되는 방안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정기국회 입법과제를 묻는 질문에 “65세 이상 노인들의 70%만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이것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데 재정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민생행보는 정국이 검찰의 수사와 관련된 이슈로 불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혼란을 겪으며 정책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국민의힘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검찰의 수사에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공수를 분담해 대응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민생행보로 자신에 관한 우호적인 여론을 높이고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지도부는 검찰 수사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민주당의 정치탄압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민생은 당 대표가 정치탄압은 대책위원회 중심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또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 본인 문제를 스스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좀 그렇지 않나”라며 “위치에 따라 공격수가 있고 방어하는 수비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의 민생행보가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대표 의혹 관련 정황이나 내용이 계속 튀어나온다면 여론 악화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사건은 선거법 위반 혐의다. 이 외에도 대장동,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사건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범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아직 멀었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명백한 사법리스크를 알면서도 스스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은 이날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면서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수사결과를 통보했다. 경찰은 두산건설이 성남FC에 광고비를 후원하는 대가로 용도 변경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보고 당시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이던 이 대표에게 형사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MBC가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관한 수사가 '적법하고 문제없다'는 의견이 52.3%로 '표적수사'라는 42.4%보다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