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 필지당 수백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공공택지 입찰에서 5개 건설사가 이른바 벌떼 입찰로 37%에 이르는 토지를 낙찰 받았다.
강민국 국회의원은 29일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택지 벌떼입찰 관련 업체 당첨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것이다.
▲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5개 건설사에서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 입찰의 37%를 낙찰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호반·대방·중흥·우미·제일건설 등 5개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을 두고 벌떼 입찰을 통해 178필지 가운데 67필지(37%)를 낙찰받았다.
벌떼 입찰은 공동 주택용지 당첨 확률을 높이려 특정 건설사가 계열사 수십개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투지주택공사는 공공택지 개발로 수용한 땅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정한다.
이들 5개 건설사가 낙찰받은 필지를 구체적으로 보면 호반건설이 18필지, 우미건설 17필지, 대방건설 14필지, 중흥건설 11필지, 제일건설 7필지 등이다.
앞서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도 최근 3년 동안 공공택지 당첨업체 101개사에 대해 실시한 ‘벌떼입찰 특별점검’을 통해 5대 건설사가 많은 계열사를 통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규상 1개 회사당 하나의 공공택지 입찰권만 행사하는 것이 원칙인데 계열사 수가 많은 건설사가 이를 악용했다는 것이다.
5개 건설사의 계열사 숫자를 보면 호반 36개, 중흥 47개, 대방 43개, 우미 41개, 제일 19개 등이다. 이런 벌떼 입찰을 통해 5개 건설사는 지속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보면 호반은 2012년 32위에서 2022년 1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중흥건설은 77위에서 48위로, 대방건설은 62위에서 14위로, 우미건설은 47위에서 29위로, 제일건설은 140위에서 20위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벌떼입찰 업체에 관해 조사권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강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 자료를 보면 처벌과 조사권한이 없어 제도개선만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강민국 의원은 “국토부가 수년 동안 처벌과 조사권이 없다는 변명으로 솜방방이식 제도 개선만 하는 동안 이들 업체는 성장했다”며 “건설 시장경제는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복수계열사의 무더기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1사 1필지 등 확실한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벌떼입찰 행태에 대해 제재방안과 환수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