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재고자산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를 합성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재고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급락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두 회사 가운데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처럼 재고 수준이 계속 높아진다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반도체를 팔아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하는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 평균)를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022년 3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35%, 24.1%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하반기 반도체업황 둔화를 반영해 일제히 3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지난주 D램 현물가는 제품별로 –4.3%~-0.4%, DXI지수(주요 반도체 가격 지표)도 -4.1%를 기록해 9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공급망 불안, 일부 기업들의 실적 둔화 조짐 등 반도체 업황 측면에서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급증은 하반기 실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2022년 상반기 기준 55조922억 원으로 2021년 상반기보다 55.1%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도 33.2% 증가하며 11조8787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고 수준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7월28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일부 지역 봉쇄 조치 등으로 공급망 이슈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재고 보유를 확대했다”며 “DS(반도체)부문도 시황과 연계해서 적절한 재고 정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내부 재고일수(재고가 팔리는 기간)를 높여 고객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를 방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재고일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하반기 특별거래 형태로 반도체 보유 재고를 털어낼 공산이 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가격을 덜 떨어트리기 위해 출하량을 줄이고 있지만 재고가 너무 많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 사이에 재고를 크게 줄일 가능성이 큰데 이때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높아진 재고수준을 낮추기 위해 대량으로 반도체를 내놓으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는 7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삼성전자가 제품 가격을 더 인하해서라도 재고를 줄이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일부 D램 공급업체들은 올해 하반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고 압력을 줄이기 위해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서버 분야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 의사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업체들의 가격 전쟁이 촉발되면 D램 가격 하락폭은 10%를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을 어느 정도 조절해 수요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수익성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과 같은 반도체 가격 폭락이 재발하는 사태는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는 업종 특성상 투자를 이미 진행해 공장을 가동한 상황에서는 생산량을 감축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램 산업이 과점화된 상태에서 고객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를 일정 기간 방어할 수는 있지만 수요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협상력에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 위축에서 발생한 공급과잉을 출하 조절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서버용 DDR5 등의 수요를 확인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