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LTE 시대다. 무선통신 기술은 4세대 LTE에서도 LTE보다 세배나 빠르다는 LTE-A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3G에 머물고 있는 기업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텔레매틱스 기술이다. 아우디, BMW 등 경쟁업체들이 속속 LTE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반해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1일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존과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5월부터 시판되는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의 2015년형 모델들 모두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CES에서 선보인 텔레매틱스 기술 블루링크 2.0도 적용할 예정이다. 블루링크는 시동, 도어락, 에어컨 등 자동차의 기능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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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는 1월초 CES에서 3G기반의 텔레매틱스 기술 블루링크 2.0을 선보였다 |
2010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현대차를 텔레매틱스 분야의 선두주자로 만드는 것이 저의 비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말을 놓고 보면 현대차의 텔레매틱스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너무 멀어 보인다.
이번에 현대차가 버라이존과 맺은 협약은 1차적으로 3G망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단계적으로 LTE를 이용한 텔레매틱스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지만, 아직 현대자동차의 LTE기반 텔레매틱스 기술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5일 ‘LTE 텔레매틱스’ TF를 꾸려 사업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LTE 텔레매틱스는 3G 기반에 비해 통신속도가 5배 가량 빨라, 빅데이터 전송 등이 더욱 유리하다. 해외 완성차업체와 통신사들은 손을 잡고 LTE 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CES에서 LTE 텔레매틱스를 선보인 아우디가 대표적이다. 실시간 교통정보와 지도검색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차량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다른 모바일기기도 차량의 인터넷망을 사용할 수 있는 핫스팟 기능도 선보였다. 아우디는 AT&T와 손잡고 내년부터 전차종에 LTE 텔레매틱스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T모바일사와 제휴한 BMW, 버라이존과 손잡은 GM등이 LTE 텔레매틱스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며 뒤를 따르고 있다.
물론 현대차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아직 LTE 모듈을 적용해야 할 만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LTE를 이용할만큼 차량에서 필요한 대용량 콘텐츠가 아직 없다는 것이 현대차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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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한편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LTE 보급률을 감안한 것이라는 이유도 든다. 실제로 LTE 서비스가 국내처럼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텔레매틱스에 LTE를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미국의 LTE 보급률은 20%, 유럽은 2% 수준으로, 국내에서 LTE 보급률이 50%를 넘어선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버라이존과의 협약에 대해서도 “미국내 LTE망 보급과 LTE를 사용하면서 부과되는 요금부담을 감안해 3G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략적 속도 조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텔레매틱스 시장을 내다볼 때 LTE로의 전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만 해도 블루링크 2.0의 원격제어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차량 내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도 훨씬 늘어날 게 뻔하다. 현대차가 'LTE TF'를 만든 것은 텔레매틱스 시스템이 LTE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보안과 안정성 문제를 극복하고 차량용 텔레매틱스 시장이 보편화되는 것은 2018년으로 점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은 올해 텔레매틱스 시장은 104억3,000만달러 정도이고 2018년에는 195억7,1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