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조선3사 가운데 아직까지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저가수주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마지막 카드로 유상증자도 준비하는 만큼 저가 수주로 수익성 악화를 낳는 악순환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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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9일 업계에 따르면 박대영 사장은 그리스 포시도니아 선박박람회에 참석해 전 세계 선주들을 만나며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9일 신규 수주 4척을 발표하며 6척의 수주 실적을 올렸고 현대중공업이 9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이란에서 24억 달러 규모의 수주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이후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처럼 수주계약이 구체화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수주가뭄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말 기준 476만3천CGT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864만6천CGT), 대우조선해양(836만5천CGT)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수주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6월과 7월 만기 도래하는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협상 중이지만 아직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6천억 원 규모의 여신 만기를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2500억 원 규모의 채무연장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신규 수주로 선수금 유입이 없는 데다 이전에 수주한 선박들이 선박 인도시 대금의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돼 있어 내년에 선박을 대거 인도할 때까지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박대영 사장은 신규수주를 놓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박 사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급해도 시장을 교란하고 나중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저가수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주가 없으면 당장 망할 것 같지만 외환위기 때도 수주를 못했으나 살아남았다”며 “여기저기서 수주가 없다고 걱정이 많은데 좀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 사장이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것은 아니다. 박 사장은 시장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박 사장은 “2018년께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1년 반 이상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올해 하반기 상당한 수준의 시장환경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박 사장의 태도 뒷편에는 삼성그룹 차원의 유동성 지원에 대한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불확실한 경영상황을 고려해 자구계획에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담아 놓았다.
삼성중공업은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 17.61%)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