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LG화학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은 양극재사업에 힘입어 첨단소재부문 실적을 꾸준히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LG화학은 안정된 공급망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양극재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이 LG화학이 나아갈 길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첨단소재부문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양극재사업에서 수직계열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법 발효를 앞두고 떠오른 공급망 다변화 과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에서 비켜나가는 효과도 함께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LG화학은 양극재사업에 힘입어 앞으로도 첨단소재부문 실적을 꾸준히 늘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첨단소재부문은 배터리소재(전지재료), IT·반도체소재, 엔지니어링소재 등을 생산한다. 첨단소재부문 매출 가운데 지난해 30%대를 유지하던 배터리소재 비중이 올해 들어 1분기 43%, 2분기 57%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2분기 첨단소재부문 전체 매출 가운데 50%가 양극재사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소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극재가 첨단소재부문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양극재사업은 2분기 첨단소재부문 전체 영업이익에서도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이 3대 신성장 동력(친환경 소재, 배터리소재, 신약) 가운데 배터리소재를 핵심으로 꼽고 있는 만큼 전기차시장 성장에 힘입은 양극재사업의 전망도 밝다.
LG화학은 2020년 연산 4만 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1년 8만 톤으로 늘렸고, 올해 9만 톤을 거쳐 2026년에는 26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5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도 현재 추진하고 있다.
특히 양극재 수직계열화 전략이 돋보인다. 원재료-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밸류체인) 확보가 그 핵심이다.
전구체는 양극재 전 단계 소재로 코발트, 니켈, 망간, 알루미늄 등을 결합해 제조하고 전구체에 리튬을 더하면 양극재가 생산된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LG화학은 중국에서 전구체와 양극재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화유코발트와 협력해 안정적으로 니켈, 코발트 등 광물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리사이클-전구체 합작법인 한국전구체를 설립하며 양극재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켐코에서 생산하는 황산니켈과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스크랩 및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재활용 광물을 활용해 전구체를 생산하는 구조다.
LG화학은 이 합작법인에서 2024년 4분기부터 매년 2만 톤 이상의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화학은 이 밖에도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사업과 함께 양극재, 분리막 등 핵심 소재 수직계열화도 이뤄가고 있다. 배터리사업과 시너지를 높이면서도 수익성 확보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화학은 금속 확보부터 전구체까지 안정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에 원재료 조달이 가능하다”며 “이런 양극재 가치사슬 수직계열화를 통해 차별화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양극재 원재료를 직접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북미 최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인 라이-사이클에서 2023년부터 10년 동안 재활용 니켈 2만 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라이-사이클에 지분투자(600억 원 규모)를 동시에 진행했다.
LG화학의 양극재 수직계열화는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발효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배터리 공급망 관련 미중 갈등을 비껴가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G화학이 켐코과 함께 생산할 전구체는 이전까지 여러 배터리소재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가장 큰 소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양극재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이 선전하고 있지만 전구체는 수입액의 9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구체의 국산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원 통과를 앞둔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따르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된 원재료와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소재가 일정 이상 포함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만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LG화학은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켐코와 전구체 합작법인의 주요 타겟은 북미 고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LG화학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미국 양극재 생산공장 역시 미국 배터리시장 확대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요소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에서 확실한 기회를 잡으려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완화법의 조건을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LG화학의 배터리소재사업 확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LG화학 양극재 사용 비중은 전체의 35%인데 두 회사는 이를 점진적으로 늘려가기로 했다.
배터리소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을 놓고 완성차업계-배터리업계-소재업계가 유기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전기차시장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등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다양한 사업확장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