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ATL이 미중 갈등에도 미국 배터리공장 설립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CATL 중국 배터리공장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기업인 중국 CATL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해 테슬라와 포드 등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대만을 두고 중국 정부와 갈등을 이어가면서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CATL이 이런 상황에 정면돌파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CATL은 2026년까지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변동 없이 추진하고 있다.
CATL이 미국 정부의 압박을 우려해 북미 생산공장 투자 계획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 내용과 상반된다.
중국 정부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을 향해 적대적 태도를 보이며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보복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도 반도체와 친환경차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두고 첨단 생산장비 수출규제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CATL이 이런 상황에도 미국 공장 설립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미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와 비교해 공장 설립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와 포드 등 미국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주요 기업들이 CATL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배터리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CATL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및 켄터키주를 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며 투자 계획을 거의 확정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르면 9~10월 중 정식으로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CATL의 북미시장 진출은 현재 미국에 일제히 배터리공장 신설 계획을 내놓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CATL이 장기간 1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올해 상반기에 더욱 가파른 점유율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업체가 생산하는 리튬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3사의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 및 원재료 수급 측면에서 장점을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밀도와 무게, 전기차 최대 주행거리 등 성능 측면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CATL은 최근 신형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이런 단점도 상당 부분 보완했다.
테슬라와 포드가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CATL 등 중국업체의 배터리 탑재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제시했을 정도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자국 배터리업체를 앞세워 주도권을 강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며 압박을 강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바이든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완화 법안에 미국과 동맹국에서 대부분의 원재료와 부품을 수급한 전기차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주로 중국에서 배터리 원재료를 수급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 배터리업체들이 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법안을 도입하려 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아직 높지 않고 CATL이 보조금 차별을 만회할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아직 의문이 나오고 있다.
미국 각 주에서 현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첨단 제품 생산공장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를 막기도 쉽지 않다.
결국 미국과 중국 정부 사이 갈등이 격화되더라도 CATL의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ATL은 미국공장과 더불어 멕시코에도 전기차 생산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2곳 이상의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견제 가능성에 ‘플랜B’도 마련해둔 것이다.
CATL이 미국과 멕시코에 추진하는 시설 투자 규모는 약 50억 달러(약 5조6천억 원) 로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미국 투자 규모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공급처 확보 및 가격 경쟁에 CATL을 잠재적 경쟁사로 고려해 적극적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공장 설립은 주로 현지 자동차기업과 합작공장 형태로 추진되고 있지만 핵심 고객사 공급 물량을 지켜내고 공급처도 다변화하는 일이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최대 과제로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사들이던 BMW도 CATL의 미국 공장 설립 뒤 유력한 고객사로 거론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