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기업들은 비대면 소비문화의 확산으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중에서 온라인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48.6%로 1년 새 0.5%포인트 높아졌다.
6월 주요 유통기업들의 매출도 상반기 전체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오프라인(9.3%)과 온라인(9.1%)에서 고른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전체 매출은 지난해 6월보다 9.2% 상승했다.
6월 기준 백화점과 편의점 방문객은 늘었지만 대형마트와 SSM을 찾는 방문객은 줄어든 모양새를 보였다.
이처럼 살아나던 유통업의 체감 경기가 3분기에 다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물가가 급속도로 오르는 가운데 금리까지 인상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8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 대비 1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2010년 이후 코로나19 충격으로 22포인트가 급락했던 2020년 2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경기전망지수(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3고' 복합위기 상황 속에서 유통업계 총수들은 하반기 경영 구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물가 불안은 유통업 실적과도 직결돼 있고 여기에 각 기업별로 당면 이슈들도 많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 완화와 같은 이슈들도 산적한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월14일 부산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단기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변화하자"며 "꼭 필요한 일을 적시에 하자"고 주문했다.
롯데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유통군의 조직 문화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아우르는 일대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유통군 외에도 올 하반기 신사업 확대와 핵심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인프라 영역에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헬스케어 플랫폼, 전기차 충전 등 그룹이 추진하는 신사업 구상을 더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안팎에선 8·15 광복절을 앞두고 신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하반기 경영 구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에 나서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유명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등을 둘러보고 이마트 미국 현지 법인 'PK리테일홀딩스'의 뉴파운드마켓 사업을 점검한 뒤 귀국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해외사업 확대 방안과 국내에서 신세계그룹의 온·오프 융합 생태계인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어떻게 가속화 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하반기에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공룡들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이 먼저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 이슈에 불을 붙인 만큼 정 회장은 해당 사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까지 판교점을 시작으로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주요 점포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컬처와 플랫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 및 디지털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을 더욱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올해 5월 앞으로 5년간 전체 투자액 20조 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조 원을 콘텐츠 제작 및 미래형 식품 개발 등에 투입한다고 밝힌 만큼 이 기조를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