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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명운 걸렸다, 134조 반도체펀드 스캔들 확산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2-08-02 1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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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명운 걸렸다, 134조 반도체펀드 스캔들 확산
▲ 중국에서 134조 원 규모의 정부 주도 반도체펀드와 관련한 비리 스캔들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국영펀드 관계자들이 잇따라 관계당국에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MIC와 YMTC 등 중국 주요 반도체기업이 이를 계기로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나오고 미국 정부의 규제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반도체 굴기’의 명운이 기로에 서게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일 “중국이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핵심으로 앞세우고 있던 국영펀드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한신 사태’ 재현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신 사태는 2006년 중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반도체 사기 사건을 일컫는 표현이다.

당시 중국 상하이 지아오통대 교수가 최초로 중국의 자체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신호 처리장치(DSP)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내부자 고발로 이 반도체가 해외 기업에서 개발한 반도체의 복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중국 정부에서 연구비 지원을 철회했고 해당 교수는 처벌을 받게 됐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영 반도체펀드 운영과 관련된 주요 인물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하면서 ‘법과 원칙에 심각한 위반 사항이 파악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펀드 자금이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혐의를 두고 조사를 진행하며 관계자들을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추측대로 중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한 막대한 자금이 결국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자체적으로 반도체 기술력 및 생산 역량을 확보해 자급체제를 갖추고 세계시장에서 기술 패권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반도체펀드를 조성했다.

2019년까지 해당 펀드의 규모는 5천억 위안(약 96조 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는데 최근 미국과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약 38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추가로 펀드 조성에 활용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목표로 두고 막대한 돈을 들인 데 비해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기업 YM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3D낸드 기술을 추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모회사인 칭화유니그룹은 최근까지 파산 위기를 겪고 있었다.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SMIC는 지난해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대만 TSMC 기술을 복제한 데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IT전문지 더레지스터는 “SMIC가 7나노 반도체를 대량 양산까지 이어가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기술력과 경험을 갖췄을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중국 ‘반도체 굴기’ 명운 걸렸다, 134조 반도체펀드 스캔들 확산
▲ 중국 YMTC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공장.
YMTC와 SMIC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이 가장 집중적으로 사용됐을 공산이 큰 대표 반도체기업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지난 수 년 동안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반도체 국영펀드 관련된 조사를 시작한 점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해당 펀드의 자금이 기존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의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반도체펀드 자금이 핵심 관계자들의 비리와 연관돼 사용된 것으로 나타난다면 중국 정부는 그동안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중국 정부 차원의 반도체기업 지원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고 세계 반도체산업에 잠재적 위협으로 꼽히던 현지 기업들의 경쟁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국영펀드 스캔들이 중국 반도체 굴기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인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일부 미국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자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논평에서 “부패한 몇 명의 관료가 중국 반도체산업의 상황 전체를 보여줄 수는 없다”며 “중국은 지난 수 년 동안 놀라운 수준의 발전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벌어진 국영펀드 관련 스캔들에도 굴복하지 않고 반도체산업 육성 및 자급체제 구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관영매체에서 이런 논평을 내놓은 점은 그만큼 현재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반도체기업을 향한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정부 주도 반도체 굴기에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에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제품 양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을 찍어누르려는 미국의 시도는 오히려 우리의 야망을 더 키울 뿐”이라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오히려 미국 쪽”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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