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8-01 11: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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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지원법이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일 WCC테크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TSMC 부사장을 지낸 엘리자베스 선 블룸버그테크놀로지 대표는 최근 트위터에서 진행한 대화에서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자금조달 법안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반도체지원법이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공장.
선 대표는 2003년부터 2019년까지 TSMC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며 기업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선 대표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중 어느 지역이 반도체 산업을 가장 잘 발전시킬 수 있는지’라는 질문을 받자 “지난 몇 년 동안 갑자기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반도체 경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그래서 그게 정말 필요할까? 정말 가능한가? 그리고 가능하다 해도 얼마나 걸릴까”라고 반문했다.
즉 최근 각 국가들이 자체 반도체 생산시설을 갖추려는 움직임을 두고 불필요하며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선 대표는 “반도체는 이미 글로벌 공급망이 잘 구축된 산업인 만큼 파편화된 제조 능력을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의 돈을 쏟아 붓는 대신, 새로운 반도체 재료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의회는 7월28일 미국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해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선 대표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려고 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520억 달러는 TSMC가 1년에 시설투자에 지출하는 금액과 비교하면 실제로 큰 금액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하나의 요소에 문제가 생겨도 공급망 전체가 멈출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미국에 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며 다른 지역과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 대신 재료 연구개발 등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제언도 덧붙였다.
선 대표는 “미국 정부가 520억 달러를 R&S(연구&전략), 재료, 건축, 혁신적 응용 분야에 투자한다면 훨씬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반도체 공급망은 정치인들이 다른 지역과 갈등을 피하는 데 힘을 쏟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