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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중공업이 3조5천억 원 규모의 강도높은 자구안을 마련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주식을 어떻게 처분할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보유한 현대자동차 지분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넘겨 자금을 마련하면서 정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도 지원했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조카인 정 부회장에게 또 지분을 매각할까?
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이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4천억 원대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담았다.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현대자동차 지분이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자동차 주식 123만5450주(0.56%),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41만8850주(0.19%)를 보유하고 있다. 모두 2300억 원 규모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자동차 지분을 처분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 승계에 한발짝 더 다가설지도 주목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하자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사들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인수했고 지난해 11월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현대차 주식 184만6150주를 넘겨받았다.
당시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이 제삼자에게 매각될 경우 경영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시장에 지분이 대량으로 나올 경우 주가가 떨어져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 승계의 발판도 다졌다.
정 부회장은 이전까지 현대자동차 주식을 6천여 주만 보유하고 있어 지분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보유지분 인수 뒤 정 부회장 지분은 2.28%로 늘어나 2대주주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약 1조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8천억 원을 두 차례의 현대차 지분 취득에 사용해 약 2천여억 원의 자금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에서 보유한 현대자동차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 정 부회장의 현대자동차 지분은 3.03%까지 늘어나게 된다. 최대주주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지분 격차는 2.14%포인트 밖에 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들을 통해 현대상선 지분 13.98%, KCC 지분 3.77% 등 범현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범현대가와 지분관계를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