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2022년 3분기 세계 팬들에게 새로운 취향과 화두를 제시할 수 있는 차별화된 걸그룹을 선보이겠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올해 초 내놓은 포부다.
미국의 연예지 버라이어티는 민희진 대표를 “케이팝 브랜딩 혁신가로서 콘셉트의 개념을 정립하고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새로운 걸그룹 시대를 열고 샤이니, 엑소 등을 통해 혁신적 아티스트 브랜딩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민 대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아이돌의 콘셉트 개념을 확립시킨 '콘셉트 장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16년 동안 소녀시대, f(x), 레드벨벳의 콘셉트를 짰고 샤이니와 엑소의 브랜딩에 관여했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를 케이팝의 대부라고 한다면 민희진 대표를 대모라고 불러도 이상할게 없다.
그가 2019년부터 하이브로 소속을 옮겨 2021년부터 민희진이라는 이름을 건 새 걸그룹을 준비한다고 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아직 이름도 콘셉트도 나온게 없지만 케이팝 팬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 모두 이른바 '민희진 아이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민희진 대표가 여러 인터뷰에서 한 발언, 그리고 케이팝 팬들이 수소문한 내용을 종합하면 하이브에서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5인조 다국적 걸그룹을 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국내외 케이팝 팬들은 이들을 어도어걸즈, 어도어데뷔조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2021년 8월 어도어(ADOR)를 뒤집은 RODV라는 상표가 등록돼 팬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이브의 새 걸그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단순히 민희진 대표의 명성 때문은 아니고 하이브의 핵심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에 거취를 향한 걱정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BTS의 맏형이자 1992년 출생 멤버인 진(29)의 입영일이 올해 말로 다가와 하이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이브는 수익의 대부분을 BTS의 활동과 관련 사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BTS 멤버들이 군대를 가버리면 당장 실적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7명의 멤버들이 조를 나눠 순차로 군대를 가며 유닛활동을 하는 옵션도 준비돼있지만 완전체 BTS의 파급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하이브는 이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적으로는 세간의 비판을 무릅쓰고 대중가수의 병역면제를 공론화하고 내부적으로는 BTS의 IP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BTS의 대안이 될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BTS를 기반으로 한 굿즈와 캐릭터, 웹툰, 영화, 드라마 등이 나와있다. 하이브는 2021년 12월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출판업과 콘텐츠 유통, 영상물 제작, 수출입, 공연장 운영, 식음료 제조판매, 화장품을 포함시키면서 IP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도 마쳤다.
포스트 BTS로 키워갈 신규 아티스트들의 육성도 진행되고 있다.
사실 IP사업만으로 특정 아티스트의 공백을 만회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BTS가 활동을 해야 BTS 굿즈도 팔리기 때문이다. 아티스트의 공백은 다른 아티스트의 흥행으로 막는 것이 정석일 수 있다.
이미 산하 레이블들을 통해 엔하이픈(빌리프랩 소속)과 투바투(빅히트뮤직 소속)라는 두개의 보이그룹을 론칭했고 2022년에는 르세라핌(쏘스뮤직 소속)과 또 다른 걸그룹(어도어 소속)를 통해 탄탄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그림을 그려뒀다.
문제는 아직 새 아티스트들의 인기가 BTS의 공백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또 하이브 걸그룹전략의 첫 단추였던 르세라핌이 한동안 흔들렸던 것도 하이브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르세라핌은 5월 데뷔곡 FEARLESS가 SBS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하면서 BTS 이후 오랜만에 대중의 관심을 받는 아티스트가 돼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는데 학교폭력 이슈에 휘말린 뒤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런 불안감이 주가에 반영됐는지 하이브 주가는 2021년 11월 40만 원대를 형성했다가 2022년 5월에는 20만 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멤버 군입대를 가정하면 2023년에는 감익이 불가피하다"며 "BTS 부재 효과가 수치로 확인되기까지는 주가 부진이 계속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민희진 대표의 레이블 어도어, 어도어가 꼭꼭 감춘 신원불명의 소녀들이 반드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걱정도 흘러나온다. 민희진 대표가 2세대 아이돌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다들 인정하지만 당시가 2007년이니까 벌써 15년이 지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K팝 커뮤니티에서는 민희진 대표 특유의 콘셉트가 자가복제라고 꼬집기도 한다.
그는 과연 소녀시대와 f(x) 시절의 충격을 재현할 수 있을까?
SM엔터테인먼트라는 보금자리를 벗어나 자기 이름으로 새로운 아이돌그룹을 선보이는 민희진 대표, 그의 발걸음을 모두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