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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이 비엔지증권 청산을 선택한 까닭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7-03 16: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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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이 비엔지증권 청산을 선택한 까닭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비엔지증권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비엔지증권은 두산캐피탈과 함께 박 회장이 정리해야 할 금융계열사였다. 매각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결국 비엔지증권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의 비엔지증권이 최근 이사회를 열어 사업청산 안건을 의결했다고 3일 밝혔다. 비엔지증권은 오는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업청산을 확정하기로 했다.

비엔지증권이 금융위원회에 영업폐지 신청을 하면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심사한 뒤 폐지를 최종결정한다. 업계에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영업폐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본다.

비엔지증권은 박 회장의 골칫덩이 중 하나였다. 박 회장은 100억 원 가까운 돈을 들여 비엔지증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비엔지증권은 매각실패와 편법논란에 시달리며 두산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익성도 점차 떨어졌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9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보유중인 두산캐피탈과 비엔지증권을 정리해야 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자 박 회장은 지난해 5월 이들 지분을 두산그룹의 해외법인인 DHIA(Doosan Heavy Industries America) 와 DIA(Doosan Infracore America)로 돌렸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기한을 넘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6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위법문제는 해소했으나 이번에 편법논란에 시달렸다. DHIA와 DIA는 각각 두산중공업과 인프라코어가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등에 대한 행위제한 규정이 국내 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악용해 해외 계열사에 지분을 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두산그룹은 “일단 여의치 않아서 해외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했다”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뒤에도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지난 3월 비엔지증권을 인수하기로 한 갑을상사가 비엔지증권 대주주 승인 신청을 철회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4월에도 금융IT기업이 인수를 시도했으나 역시 성사되지 못했다.

수익성도 점차 악화됐다. 두산그룹은 2009년 두산캐피탈과 시너지를 위해 비엔지증권의 지분 51%을 91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캐피탈과의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인수 후 증권업계 불황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인수 직후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소폭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2011년 영업이익이 1296만 원을 기록했고 이듬해부터 10억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비엔지증권은 당기순손실 16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황이 악화된 데다 비엔지증권의 재무여건도 좋지 않아 매각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두산그룹이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엔지증권은 두산캐피탈이 지분 97.82%를 소유한 두산 계열사다. 비엔지증권은 2000년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된 증권사로 2008년 두산그룹에 최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이 넘어갔다.

박 회장은 이제 두산캐피탈 매각이라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두산캐피탈은 지난 달 사업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연체율이 무려 15%대나 되고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두산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매각될 경우 그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2012년부터 두산캐피탈을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가격차이가 커 결국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두산캐피탈의 가치도 하락했다. 2012년 말 산업은행과 지분 51% 매각협상을 벌일 때 가격은 2천억 원대로 거론됐지만 지금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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