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명실상부한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기업으로 자리잡은 지금 안 사장의 투트랙 전략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품목허가를 할 수 있다는 자문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코로나19 예방 목적에서 필요성이 인정되고 안정성, 효과성 측면에서도 인정 가능한 수준을 충족했다고 봤다.
이번 발표로 스카이코비원의 최종 허가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식약처의 코로나19 백신 허가절차는 접수, 예비심사, 심사 및 실태조사, 자문, 허가, 국가출하승인 순서로 진행된다. 이번 중앙약사심의위 심의는 ‘자문’ 단계다. 자문 단계는 검증 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 최종점검위원회 순서로 다시 나뉜다.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 자문으로 얻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곧 최종점검위를 개최해 백신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임상을 통해 효능이 검증됐고 전문가들의 자문까지 거친 백신을 식약처가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스카이코비원이 허가를 받으면 국내 기업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된다. 해외에 비해 백신 개발이 늦다는 지적을 버티며 묵묵히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해온 안 사장의 노력이 마침내 결심을 맺는 셈이다.
안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2년이 지난 지금은 빨리 만드는 것보다 안전하고 유효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금 더 빨리 백신을 내놓겠다는 욕심 때문에 백신의 신뢰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였다.
스카이코비원이 출시를 앞둔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주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백신 개발기업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해 생산함으로써 감염병 예방에 공헌해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021년부터 위탁생산해 약 2천만 도즈(1회 접종분) 이상을 공급했다. 올해 2월부터는 4천만 도즈 분량을 목표로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공급이 시작됐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사업 구조. < SK바이오사이언스 >
이같은 위탁생산사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매출 9290억 원, 영업이익 4742억 원을 거둬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목할 부분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사업이 국내만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노바백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확대해 노바백스 백신을 한국과 태국, 베트남에 공급 및 상업화할 권리를 추가로 확보했다. 위탁생산 수수료를 지급받는 데 그치지 않고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적으로 각 국가별 구매 계약을 추진해 추가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스카이코비원의 해외 진출도 예정돼 있다. 스카이코비원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전염병예방혁신기구(CEPI) 등 글로벌 민간재단과 국제기구로부터 수천억 원 규모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됐다. 국내 허가 후 해외에서 승인이 이뤄지면 코로나19 백신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해 중저소득국가 중심으로 공급이 시작된다.
안 사장은 자체백신 공급과 위탁생산을 병행해 ‘인류의 건강 증진’이라는 회사 미션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세계 36%의 인구는 아직 1차 접종도 받지 못했고 저개발국가는 14.5%만이 접종했다”며 “스카이코비원이 전 세계 건강을 위해 기여할 바가 많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