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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 내수용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 쓰나, 미국 판매용은 부담 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2-06-22 16: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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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이후 생산되는 전기차 신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대거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국내와 유럽,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팔리는데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중국산 배터리를 넣은 전기차는 유럽과 함께 국내에서 주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기아 내수용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 쓰나, 미국 판매용은 부담 커
▲ 기아 신형 니로EV. <기아>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달 출시한 신형 니로EV에 중국 CATL의 64.8kWh(킬로와트시) 용량의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구형 니로EV에는 SK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기아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신형 니로EV에 CATL 배터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CATL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성장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CATL은 세계 각국에 차량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을 기준으로 점유율 33.7%를 보였다. 

CATL은 지난해 한국에 지사를 세웠는데 이 때만해도 현대차에 저가형 차량에 필요한 LFP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아는 신형 니로EV에 CATL의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저가형 모델에 적용된 반면 삼원계 배터리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고가형 모델에 탑재돼 왔다.

CATL은 최근 삼원계 배터리 출시를 공식화했는데 신형 니로EV에 실제로 납품하면서 LFP와 삼원계 두 가지 기술을 모두 확보한 유일한 업체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CATL에 발주한 바 있는데 이 물량은 주로 국내시장 중심으로 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이후 출시하는 E-GMP 기반의 전용전기차 3차 물량의 배터리 공급사로 CATL과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전체 9조 원대 규모의 3개 차종 가운데 CATL이 2개를 확보해 절반 이상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오닉6 등에 쓰일 16조 원 규모의 2차 배터리 입찰에서도 CATL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와 내년 이후 당분간 생산할 전기차 가운데 절반가량에 CATL 배터리가 쓰이는 셈이다.

이를 놓고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공급선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해 CATL로부터 납품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용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하반기 아이오닉6를, 내년에는 아이오닉7과 기아 EV9의 양산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에서 대부분 전용전기차를 생산해 국내 및 유럽, 미국 시장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된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는 유럽과 함께 주로 한국에서 판매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3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인정하는 미국 부품 비율을 현재 55%에서 75%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등의 제품에 가격 우대 정책을 적용하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내놨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5월 6조3천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전용 공장과 베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해 생산을 현지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구나 미국이 수입하는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 현재 중국산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어 중국 전기차산업과 경쟁하는 미국 정부는 중국에 관한 견제를 지속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광물의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배터리 생산체계를 갖추는 일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전용전기차를 미국에서 판매하기에는 부담이 큰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1~5월 기준 전용전기차 판매 비중은 유럽, 국내, 미국이 각각 3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이후 현대차그룹에서 생산되는 전용전기차 가운데 CATL 배터리 비중이 절반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유럽과 함께 내수용에 탑재될 공산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10%가량 점유율로 유럽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절반 넘게 장악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 배터리가 아무래도 내수용 전기차에 쓰일 공산이 큰 셈이다.

CATL로서도 한국 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1위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의 2021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세계 5위 SK온과 비슷한 수준인 223조 원으로 전해졌다.

CATL의 중국 내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상향평준화하면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선을 BYD, CALB 등으로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CATL은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에서 16.6%로 1위 자리를 LG에너지솔루션(32.7%)에 내주고 3위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중국에서 위상 변화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 유일한 해외 생산거점인 독일 튀링겐주 공장은 최근에야 시운전 허가를 받아 본격 가동하는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을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은 CATL의 숨통을 크게 트이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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