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이 석유화학 세계 1위 다우케미칼을 인수하고 한화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을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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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화그룹이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에 나섰다. 한화그룹을 화학과 태양광사업 등으로 재편하려는 구조조정의 화룡점정이다. 문제는 3조 원에 이르는 인수자금 마련이다.
이번 인수를 성공하면 김 회장의 일선 경영복귀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경영기획실과 한화케미칼 실무진을 중심으로 약 20명 규모의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조직을 만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이 조직은 지난 달 다우케미칼 미국 생산기지에 대한 실사도 진행했다.
인수조직은 민구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상무가 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상무는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 출신으로 한화그룹 안에서 인수합병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또 김앤장과 함께 2006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성사시킨 주역인 인수합병 전문로펌 ‘스캐든압스’가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과 함께 인수조직에게 진행현황을 보고받는 등 사실상 인수를 지휘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다우케미칼에서 아직 매각일정과 규모 등 기준을 밝히지 않은 단계라 구체적 인수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에 나선 것은 한화케미칼과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한화그룹의 제조부문을 화학과 태양광사업으로 재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태양광과 더불어 화학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는 가성소다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히고 있다.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의 연 매출은 5조 원이 넘는다.
한화그룹이 이 사업부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화케미칼의 연 매출은 13조 원을 넘긴다. 이를 통해 화학분야에서 우위도 확보하는 한편, 이런 우위를 기반으로 태양광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3조 원이 넘는 인수자금이다. 이번 인수 건은 한화그룹이 진행했던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된 뒤 한화케미칼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자금을 확보해왔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4월 3억4천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했다. GDR은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한화케미칼은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기존 180%대에서 160%대 초반까지 낮췄다. 당시 한화그룹 관계자는 “다우케미칼이라는 세계 1위 매물이 나왔기 때문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한화그룹 비주력계열사도 줄줄이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달 한화L&C 건자재부문을 2900억 원을 받고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했다. 이밖에도 제약부문 계열사인 드림파마와 편의점 씨스페이스 및 포장지제조사 한화폴리드리머 등도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한화그룹이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 김 회장이 출소 이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본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한화그룹을 구해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말을 들었다.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는 김 회장의 경영복귀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조 원을 동원해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를 인수하게 된다면 이 자체가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